이준석(24·서울 이랜드)은 K리그 내에서 돋보이는 ‘드리블러’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한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수 한 명쯤은 허수아비로 만든다.
고교 졸업 직후인 2019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꾸준히 피치 위에서 ‘브라질리언’의 향기가 나는 드리블을 선보였다. 어릴 적부터 부단히 연마한 터라 실전에서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다.
최근 경기 가평군 켄싱턴 리조트에서 본지와 만난 이준석은 “중학교 때부터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내가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는지를 많이 생각했었다”면서 “드리블하고 상대를 뚫는 플레이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리블을) 많이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내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현란한 드리블의 근원은 역시 네이마르(알 힐랄). 이준석은 “네이마르는 너무 멋있는 것 같다. 내가 저렇게 플레이하려고 축구를 시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네이마르에게 동기부여와 영감을 많이 받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달 24일 열린 김포FC전(5-2 승) 득점은 네이마르를 연상케 했다. 공격 지역에서 볼을 쥔 이준석은 순식간에 수비수 두 명을 따돌리고 페널티 박스로 진입해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망을 갈랐다. 과감성과 세밀함이 돋보인 득점이었다.
이준석은 “내 장점이 드리블인데, 사실 그동안 도전을 많이 안 했다. 5~6년 동안 내가 원하는 축구를 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평범한 플레이를 하면 메리트가 없다고 어느 순간 느꼈고, 이랜드에 와서 조금 더 시도를 많이 하려고 한다. 그 상황에서도 예전 같았으면 한번 쳐놓고 크로스를 올렸을 텐데, 내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치고 들어갔다. (성공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앞으로는 ‘이준석만의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한 그는 “아직 써본 적은 없지만, 사포(레인보우 플릭)를 써볼 생각이 있긴 하다. 성공하면 되게 멋있고, 잘못하면 진짜 욕을 많이 먹을 수 있는 플레이인데, 사실 나는 축구의 재미가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승패도 중요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팬을 많이 끌어모을 수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인천을 떠나 수원FC로 이적한 이준석은 올여름 이랜드로 임대 이적했다. 단순히 머물다 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는 “당연히 팀의 승격이 목표”라며 “여기 와서 내 스타일을 찾기 시작한 것 같다. 옛날에는 휘둘리고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에 많이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일단 내가 운동장에서 잘할 수 있도록 스타일을 찾고, 만드는 거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어느덧 프로 6년 차에 접어든 그는 이준석 중 1등이 되겠다는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이준석은 “(포털 사이트에서) 무조건 첫 번째로 나오고 싶다. 당연히 1등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웃었다.
해외 빅리그에서 뛰고 싶은 마음도 큰 이준석이지만, 현재 최우선 가치는 ‘행복’이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당연히 부담감과 책임도 느껴야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인데 여태껏 즐겁게 못 한 것 같다. 축구하면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