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타선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췄다. 대체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28)가 데뷔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삼성의 '외국인 거포' 고민을 지우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은 유독 외국인 타자와 인연이 없었다. 시즌 시작을 함께 한 데이비드 맥키넌이 72경기 동안 4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데 그쳤다. 후반기 반등을 위해 영입한 루벤 카데나스는 7경기 만에 퇴출당했다. 데뷔전 3연전에서 140m 장거리포와 끝내기 홈런을 날렸으나, 이내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통증이 지속되자 삼성은 새 외국인 타자 물색에 나섰고, 멕시칸 리그에서 뛰고 있던 디아즈를 영입했다. 디아즈는 16일 KBO리그 공식 첫 경기였던 대구 NC 다이노스와의 2군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내더니, 17일 1군 데뷔전인 창원 NC전에서도 커다란 아치를 그렸다.
안 그래도 무서운 삼성 타선이 디아즈의 합류로 더 강해지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의 팀 홈런은 압도적인 리그 1위(140개)다. 김영웅(25개)과 구자욱(22개) 이성규(20개)가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폭발했다. 포수 강민호가 후반기 11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시즌 16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여기에 박병호가 최근 6경기에서 홈런 4방을 쏘아 올리며 시즌 13홈런을 기록했다. '거포 유격수' 이재현이 12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거포 군단으로 변모한 삼성이다.
그동안 삼성은 홈런 갈증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고도 담장을 많이 넘기지 못했다. 삼성이 리그 팀 홈런 1위에 올랐던 건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이 리드했던 2003년(213개)이 마지막이었다. 한 시즌 150홈런도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했던 왕조(2011~2015년) 시절 2015년(176개)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올 시즌 21년 만의 팀 홈런 1위 등극은 시간문제다.
삼성은 홈런의 힘을 잘 알고 있다. 지난 14일 1위 광주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연장 11회 승리를 이끌었던 건 박병호의 홈런이었다. 13일 순위 경쟁 중인 KT 위즈와의 대구 홈 경기에서 우세 시리즈(3연전 중 2승 이상)의 포문을 연 건 이성규의 선제 2점포였다. 17일 창원 NC전 동점 원동력이 된 건 구자욱과 디아즈의 백투백 홈런이었다.
현재 삼성의 마운드는 다소 불안하다. 올 시즌 6승 4패 평균자책점 4.23으로 호투했던 좌완 선발 이승현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후반기 평균자책점 7.88에 그치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대체 선발을 투입하면서 불펜 소모가 많아졌고, 집단 마무리 체제로 뒷문을 틀어막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홈런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초반 기선제압은 물론, 큰 점수 차 리드를 견인하며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내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원동력을 홈런에서 찾은 삼성이 무더위 속에서 순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