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배드민턴과 탁구의 열기를 패럴림픽 선수들이 이어간다. 휠체어 배드민턴 최정만(45·대구도시개발공사)과 탁구 김영건(40·광주광역시청)이 금빛 스매시를 향한 준비를 마쳤다.
최정만은 스포츠등급 WH1(척수장애, 흉추 이상) 단식 세계 1위다. WH2(척수장애, 요추 이하) 김정준(46·대구도시개발공사)과 호흡을 맞추는 복식에서도 세계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 태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식 2위, 복식 3위에 오른 최정만은 4월 열린 스페인 국제대회 레벨1에선 단식 1위에 오르며 정상급 기량을 이어가고 있다. 2005년부터 20년째 꾸준히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최정만은 불혹의 나이에 세계 정상 자리를 유지하며 패럴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국가대표 20년차 베테랑이지만 최정만은 이번 패럴림픽 출전이 처음이다. 배드민턴 종목이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된 건 2020 도쿄 대회가 처음이다. 당시 최정만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밀려 생애 첫 패럴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파리 대회에서 어렵게 출전권을 획득한만큼, 꿈의 무대에서 호성적을 얻고 돌아오겠다는 각오다.
최정만은 "도쿄 대회에 못 나간 건 아픈 기억이지만, 다시 기회가 찾아와서 기쁘다. 도쿄 대회에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을 기록했는데 그 기세를 이어받아서 그에 못지않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도 배드민턴은 중국이 최강이다. 중국은 2020 도쿄 대회에서 금메달 5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전체 4분의 1에 해당하는 배드민턴 메달을 휩쓸었다. 최정만은 "세계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진짜 실력자들은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중국 선수들이다. 중국 선수들과 제대로 붙어서 이기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고교 시절 태권도 선수로 활약했던 최정만은 고등학교 3학년인 1996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배드민턴을 통해 꿈이었던 운동선수가 되고 세계 무대까지 나설 수 있는 게 기쁘다는 그. "패럴림픽은 어릴 때부터 염원하던 꿈"이라고 말한 그는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반면, 탁구의 김영건은 '패럴림픽 베테랑'이다. 국가대표 24년차인 그는 2004 아테네 대회를 시작으로 다섯 번의 패럴림픽 무대에 서서 메달 7개(금메달 4개, 은메달 3개)를 수확했다. 세계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대회 금메달만 무려 30개다. 현재 그의 세계랭킹은 스포츠등급 Class4(지체장애) 단식과 복식 모두 2위. 한때 단식과 복식 모두 세계 정상에서 군림했던 그는 순위는 한 단계 내려 앉았지만 여전한 경쟁력을 보이면서 8번째 패럴림픽 메달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올해는 어깨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국제탁구연맹(ITTP)에서 주관하는 장애인 탁구 오픈 4개 대회에서 6개의 금메달과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 도쿄 패럴림픽에서 따내지 못한 다섯 번째 금메달을 이번 파리 대회에선 반드시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개인전에서 가장 경계하는 선수는 단연 세계랭킹 1위 완차이 차이웃(태국)과 3위 압둘라 외즈튀르크(튀르키예)다. 김영건은 "외즈튀르크는 끈질기고 노련한 반면, 차이웃은 볼이 날카롭다. 영상을 많이 보면서 연구했다. 빈틈을 잘 노리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김영건은 13세였던 1997년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 16세에 장애인복지관에서 운명처럼 탁구를 접했다. 그의 탁구 열정은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이번 대회에서 단식과 남자 복식, 혼합 복식 세 종목에 출전하는 그는 "개인전 금메달에 욕심이 있다. 실력이 비슷한 경쟁자들이 많아졌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꼭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복식과 혼합 복식 등 세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4년 전 결혼한 아내에게 꼭 메달을 걸어주고 싶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