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문화’에 대한 사전적 풀이입니다.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팔아야 한다”는 말은 독자 여러분도 자주 들었을 것입니다. 저는 맛칼럼니스트이다 보니까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외국인이 좋아할 만한 한국의 음식문화는 어떤 게 있을까요?” 사전에 따르면, 문화를 판다는 뜻은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또는 물질적·정신적 자산을 판다는 뜻일 것인데, 그게 사실 뭔 소리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사전까지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이럴 때에는 구체적인 음식을 예시로 들고 해당 질문에 적용시켜보는 것이 문제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문화로 팔만한 한국 음식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치 불고기 삼겹살… 음… 짜장면은 어떤가요? 짜장면을 중국 음식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우리 정부가 2006년에 짜장면을 ‘한국 100대 문화 상징’의 하나로 선정한 바가 있습니다.
자, 이제 짜장면을 문화로 팔아볼까요? 짜장면 문화? 구체적으로 짜장면 문화라는 것이 뭘까요? 짜장면을 즐겨 먹게 된 한국인이 어떠한 생활 양식의 과정을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짜장면이라는 물질적·정신적 자산을 얻게 되었는지 파악을 하여 그걸 팔아야 한다는 것일까요? 한번 해보지요.
짜장면은 원래 중국 음식이었습니다. 임오군란이 일어난 1882년에 중국인이 한반도에 진출합니다. 당시 청나라 군대와 함께 화교 40여 명이 들어왔습니다. 1884년 인천에 청국조계가 서면서 화교 이주가 본격화합니다. 화교 중 다수가 음식업에 진출하였는데, 자료에 의하면 1922년 한반도에 2000여 가구의 화교가 살았고, 이 중 30% 이상이 음식업에 종사했다고 합니다. 이때에 짜장면이 한반도에 진출했다고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한반도의 화교는 꾸준히 늘어나 1940년대에는 8만여 명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해방을 하면서 화교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남북분단과 중국 공산화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국교 단절로 이어지는 정치 상황에 놓인 화교는 이 땅을 떠나야 했습니다. 1952년 화교는 1만7700명으로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이후에도 화교는 늘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가 화교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둔 것이 큰 이유입니다.
한국 짜장면의 번창은 한국 화교의 몰락과 그 시점을 같이합니다. 재산권 행사 제약으로 청요리집 같은 큰 식당 운영이 어려워진 화교는 작은 식당을 열고 국수류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마침 공장 춘장이 나와 원가를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 양파가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짜장면 맛이 확 바뀝니다. 양파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1906년이지만 본격 재배는 1960년대부터입니다.
그 무렵에 정부의 혼분식 장려가 있었습니다. 말이 장려이지 식당에서 밥을 팔지 못하게 강제하였습니다. 끼니로서 짜장면이 급부상하였습니다. 짜장면 사업이 번창하자 한국인도 짜장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중국집은 전국에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짜장면을 만드는 사람도 한국인, 짜장면을 먹는 사람도 한국인, 그리고 맛까지 한국화하였으니 짜장면은 한국 100대 문화 상징이 되었습니다.
자, 외국인에게 한국의 짜장면 문화를 팔 수 있을까요? 우리의 짜장면 문화를 외국인에게 알려서 그들의 나라에도 짜장면을 즐겨 먹는 문화를 조성하게끔 유도할 수 있을까요? 한국 음식 스토리를 외국인에게 설명하는 수준의 일을 두고 문화로 팔아야 한다는 말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음식은 사람을 따라 이동합니다. 한 지역에 새롭게 진입한 음식을 그 지역 사람들이 일상 음식으로 받아들이면 그 지역의 음식문화가 됩니다. 중국 음식 짜장면이 한국에 건너와 한국의 일상 음식이 되었고, 한국인이 짜장면을 즐기는 일은 한국의 음식문화가 된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한국 음식이 외국에 나가 그 나라의 일상 음식이 되면 그 나라에서 그 음식을 즐기는 일은 그 나라의 음식문화로 보아야 합니다. 문화 상품을 팔 수는 있어도 문화는 파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