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졸전이었다. 홍명보 감독의 데뷔전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떠오르는 답답한 흐름의 연속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앞서 홍명보 감독은 이번 경기를 두고 “대한민국에 중요하다”고 했다. 첫선의 의미보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여정에 있어 중대하다는 뜻이었다.
최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장거리 비행을 해 한국 땅을 밟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을 선발로 낙점했다. 시차 적응 등의 문제로 이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만하지만, 높은 기량을 우선시한 것이다.
좋은 멤버를 내세운 홍명보호의 첫선은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한 공격 패턴이 보인 것도 아니었다. 팔레스타인이 밀집 수비를 들고나올 것이 자명했는데, 경기 내내 해법을 찾지 못한 형세였다.
대개 페널티 박스 주변에 두 줄 수비를 구축하면, 상대는 뚫기가 어렵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즐비해도 좁은 공간에서 뾰족한 수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홍명보 감독이 완전체 훈련을 한 번 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분명 준비할 시간은 부족했다.
그럼에도 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96위인 팔레스타인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참 우위에 있다. 선수들 이름값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지적이 여전히 쏟아지고 있는 터라 분명 좋은 경기력과 승리는 필수였다.
하지만 이번 경기로 홍명보호를 향한 비판은 더욱 커지게 됐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사령탑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떠오르는 경기력이었다. 홍명보 감독도 첫판에서 ‘답답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전술적으로도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공격 활로를 개척한 이강인만이 빛났을 뿐, 패턴 플레이는 실종됐다. ‘해줘 축구’란 비판을 받은 클린스만호와 홍명보호의 첫인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