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를 14-3으로 크게 이겼다. 이날 승리로 시즌 68승 2무 60패를 기록한 LG는 4위 두산 베어스와 승차를 5경기로 벌리며 3위를 굳건히 했다.
이날만큼은 승리의 조연과 주연이 자리를 맞바꿨다. 9번 타자·우익수로 출전한 이영빈(22)은 올 시즌 첫 홈런이자 생애 첫 잠실 홈런을 연타석으로 터뜨리는 등 4타수 4안타(2홈런) 5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안타·타점을 기록한 그는 시즌 타율도 0.429까지 올렸다.
반대로 승리의 디딤돌을 만들어준 건 4번 타자 문보경(25)이었다. 2회 적시타 업이 사사구 2개와 폭투, 땅볼로 2점을 선취한 LG는 3회 첫 타자 문보경이 포문을 열었다. 한화 두 번째 투수 김기중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간 그는 2사 만루 상황에서 3루까지 나아갔다.
문보경은 타석이 아닌 주자로 한 점을 만들었다. 문보경은 왼손 투수인 김기중이 투구 준비 과정에서 3루를 등지는 틈을 타 홈으로 쇄도했다. 당황한 한화 배터리가 실점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의 손이 홈플레이트를 먼저 쓸었다. 나머지 주자 두 명도 지체하지 않고 뛴 LG는 KBO리그 역대 8번째 트리플 스틸을 완성했다.
트리플 스틸은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김기중이 흔들리기 충분한 '사고'였다. 당황한 김기중은 이영빈에게 한가운데로 밀려들어 가는 슬라이더를 던졌고, 이영빈이 이를 놓치지 않고 통타해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후반기 LG 타선의 '깜짝 스타'였던 이영빈이 올 시즌 때린 첫 번째 홈런이다. 2021년 입단 후 1군 백업 내야수로 기회를 받았던 그는 상무 복무를 마친 올 시즌 후반기 하위 타순·외야수로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다만 정교한 콘택트에도 이영빈의 장타(종전 1군 통산 홈런 3개)는 터져본 적이 없었다. 드넓은 홈구장 잠실에서 때려낸 홈런도 없었는데, 올해 첫 홈런을 잠실에서 터뜨리며 타격 잠재력을 증명했다.
홈런은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이영빈은 4회 말 다시 방망이를 돌렸다. 한화 세 번째 투수 한승주와 만난 그는 1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가운데 높이 직구를 다시 한번 오른쪽 담장 너머로 보냈다. 이날 승리의 쐐기를 박는 연타석 포였다.
이영빈이 불을 붙인 LG 타선은 상하위를 가리지 않고 한화 마운드를 폭격했다. 리드오프 홍창기가 5타수 4안타를 기록한 가운데 김현수가 2안타 2타점, 오스틴 딘이 2안타 2득점, 구본혁이 1안타 2볼넷 2타점 3득점으로 화력을 더했다. 7회 말엔 오지환이 14점째를 채우는 솔로포로 선발 전원 안타를 완성했다.
한편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가 자리를 비운 한화는 선발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난타를 허용했다. 당초 8일 선발 등판이 예정됐던 문동주는 지난 3일 두산 베어스전 등판 이후 준비 과정에서 어깨 불편감을 호소, 등판을 취소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향후 복귀 일정에 대해 "잘 모르겠다. 지금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문동주의 빈자리는 실점으로 확인됐다. 한화는 전날(7일)에도 대체 선발 이상규부터 불펜 데이를 시작해 총 9실점을 내줬는데, 이날도 14실점으로 이틀간 총 23실점을 LG에 내주고 대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