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 비디오 판독의 화두로 떠오른 건 '체크 스윙'이다. KBO리그 몇 몇 감독이 "체크 스윙을 비디오 판독 가능 항목에 포함하자"고 주장하면서 관련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다소 유보적이다.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체크 스윙 여부를 잡아내려면 추가 판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카메라 설치 등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체크 스윙은 타자의 몸 앞으로 배트 헤드가 나오고 스윙이 90도를 넘었는지가 일반적인 기준이자 일종의 불문율이다. 그런데 타자의 체크 스윙 여부를 정확하게 가려내려면 홈플레이트 기준으로 수직에 가까운 위치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타자 반대편에서 촬영하는 일반적인 방송사 리플레이 영상은 각도에 따라 착시를 일으킬 수 있어 100% 정확하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문제는 돔구장이 아닌 일반구장에선 홈플레이트 기준 수직 위치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체크 스윙을 비디오 판독 항목에 포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건 필자도 동의한다. 현장의 감독들이 요구하는 건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하면서까지 체크 스윙을 정확하게 잡아내자는 건 아닐 수 있다. 다만 판정 하나로 승패가 갈릴 수 있는 만큼 논란을 최소화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송사 카메라 기준으로 90도를 넘어서면 스윙으로 인정하고 방송사에서도 90도 라인을 그려 체크 스윙 여부를 최대한 가려보는 건 어떨까. 관련 내용을 시청자, 현장의 관중, 선수단에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야구 규칙에 체크 스윙 관련 근거를 명확히 하는 건 필수다. 올 시즌 KBO리그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시도하지 않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도입한 건 리그의 공정성 가치와 팬 퍼스트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체크 스윙을 비디오 판독에 포함하는 것 역시 이러한 관점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KBO리그에선 8일 기준 총 14번의 감독 퇴장이 있었는데 이 중 12번이 비디오 판독 항의가 원인이었다. 프로야구 규정 제28조 11-3항에는 '비디오 판독이 실시되면 선수단 및 양 구단의 관계자는 더 이상 심판팀장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심판은 선수단 및 관계자에게 퇴장을 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비디오 판독 결과를 뒤집을 수 없는 '최종 결과'로 판단, 이에 대한 이의제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셈이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억울한 장면도 왕왕 보인다. 판독 결과에 강력히 반발하는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설명으로 운용의 묘를 발휘할 필요도 있다.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KIA 타이거즈전에선 눈길을 끈 장면이 있었다. 6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온 이병헌(삼성)의 1루 땅볼이 비디오 판독 끝에 원심 유지, 아웃으로 판정된 것이다. 방송사 리플레이 영상에선 베이스 끝에 이병헌의 발이 닿은 것처럼 보여 세이프가 아닌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KBO는 공식 홈페이지에 판독 결과 영상을 빠르게 올려 이병헌이 1루를 밟지 않았다는 걸 알렸다. 팬들도 결과에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과거 심판들은 방송사 리플레이 영상을 전광판에 띄우는 걸 반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리그 운영에도 많은 변화가 따랐다. 비디오 판독도 그중 하나. 비디오 판독이 시행되면서 심판을 향한 판정 불신도 한결 줄었다. 이런 측면에서 비디오 판독 대상 플레이를 확대하는 걸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체크 스윙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