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32·수원FC)의 상황이 결국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축구협회(CFA)가 손준호에 대한 영구 제명 징계 내용을 이미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제 FIFA가 징계위원회를 거쳐 각 회원국에 징계 내용을 통지하면, 손준호는 한국을 포함한 FIFA 회원국 어느 곳에서도 선수로서 뛸 수 없게 된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12일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손준호에게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고, 이 사실을 FIFA에 통지했다는 공문을 전날 접수받았다”고 전했다. CFA는 FIFA뿐만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이같은 사실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CFA는 손준호에 대해 승부조작 등 혐의로 ‘평생 동안 축구 관련 활동을 금지한다’는 영구 제명 징계를 지난 10일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CFA가 내린 징계가 ‘당장은’ 중국 내에서만 적용이 되지만, FIFA가 이를 인용해 각 회원국에도 통보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징계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범들의 징계가 FIFA 징계위원회를 거쳐 전 세계로 확대됐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FIFA가 징계위원회를 거쳐 KFA를 비롯한 각 회원국에 같은 내용을 통보하는 순간 손준호는 ‘승부조작에 따른 영구 제명’ 징계라는 불명예와 함께 축구 선수로서의 삶이 끝날 수도 있는 셈이다.
손준호 측은 우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손준호 에이전트는 지난 11일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진행된 손준호 기자회견에 동석해 “1차적으로 CFA에서 (승부조작을 했다는 걸) 증명하려고 하면 세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승부조작) 경기를 지목한 다음 손준호 선수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걸 CFA에서 증명을 해야 한다”며 “제 생각에는 그 증거가 없기 때문에, FIFA에서도 아마 CFA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만약 FIFA에서 CFA의 손을 들어준다고 한다면, 저희도 변호사를 선임하고 나서 추후 대응할 생각은 있다”고 했다.
다만 손준호에 대한 징계가 중국 당국의 수사와 판결에 따른 조치인 데다, 손준호가 재판에서 금품 수수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 석방된 상황이라는 점이 문제다. 손준호 측은 승부조작 등 금품에 대한 대가성에 대해선 인정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중국 법원의 판결문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겼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손준호 측도 판결문을 본 적이 없다.
대신 CFA의 징계 결정문에는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이라는 전제로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더구나 손준호는 팀 동료였던 진징다오(김경도) 20만 위안(약 38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돈을 왜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손준호가 진징다오에게 20만 위안을 받은 시점은 중국 수사 당국이 지목한 승부조작 경기 5~6일 뒤인 것으로 전해졌다.
FIFA 징계위원회를 거쳐 손준호에 대한 징계 처분이 각 산하국에 전달되면 손준호는 더 이상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당장 CFA의 징계 발표가 나왔고, FIFA에 통지까지 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소속팀 수원FC도 손준호를 계속 출전시켜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손준호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승부조작에는 가담한 적도 없고, 수사나 재판에서도 가담했다고 인정한 적도 없다"면서 결백을 호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