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은 자타공인 KBO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2005년 데뷔한 그는 통산 427세이브를 기록, 부문 역대 1위(2위 손승락·271세이브)에 이름을 올린다. 2011시즌에는 47세이브를 수확하며 0점대 평균자책점(0.63)을 기록하기도 했다. 타자를 압도하는 불같은 강속구는 오승환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은 이름값에 걸맞지 않다.
27세이브를 수확했으나 평균자책점이 4.91에 이른다. 피안타율(0.321)과 피장타율(0.526)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후반기로 범위를 좁히면 평균자책점(7.41)을 비롯한 대부분의 개인 지표가 리그 최하위 수준. 후반기 피출루율(0.409)과 피장타율(0.651)을 합한 피OPS가 무려 1.060이다. 마무리 투수 보직을 내려놓고 중간 계투로 이동한 뒤에도 좀처럼 안정감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22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타이 6실점(비자책)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 23일 오승환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오승환이 성적 부진으로 1군에서 빠진 건 시즌 두 번째. 더 나아가 박진만 감독은 플레이오프(PO) 엔트리 탈락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는 "구위가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변화를 줬다"며 "(PO까지) 시간이 있어서 그동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냉정하게 지금 구위로는 쉽지 않다. 1이닝을 막는 게 버겁다"라고 평가했다. 정규시즌 2위로 PO 진출을 확정한 삼성은 불펜을 어떻게 재편할지가 고민인데 오승환의 이름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분위기다.
박진만 감독은 타자들이 느끼는 위압감이 떨어졌다고 판단한다. 박 감독은 "타자들이 느끼는 중요한 포인트가 종속"이라며 "그동안 오승환은 구속이 안 나와도 종속이 좋아서 타자를 압도하고 그랬는데 그런 부분이 떨어진 거 같다. 종속이 떨어지니 정타도 많아졌고 타자들이 자신 있게 돌린다. 준비를 워낙 잘 하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거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오승환의 PO 엔트리 승선 여부는 가을야구 대비 연습경기에 달렸다. 삼성 코칭스태프는 연습경기에서 오승환이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쓰임새를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정규시즌 부진이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 판단을 뒤집을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박진만 감독은 "투수 파트랑 고민하고 상의해 구상해야 할 거 같다. (오승환과도 면담했는데) 선수도 (구단 결정을) 납득할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