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이었다.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손흥민(32·토트넘)은 최근 경기 수 증가로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지는 현상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경기 일정이 너무 많고 이동도 많다.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선다. 그러면 부상 위험이 명백하게 커진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은 그 경기에서 쓰러졌다. 슈팅 시도 직후 주저앉더니 후반 26분 교체됐다. 진단 결과는 햄스트링 부상. 결국 손흥민은 주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길에 아예 동행하지 못했다. 복귀 시점은 미정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27일에 걸쳐 A매치 포함 7경기를 뛰었다. 이 가운데 무려 6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5경기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2경기를 치르느라 영국에서 한국과 오만도 거쳤다.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 결국 탈이 났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은 10월 월드컵 예선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 손흥민을 포함시켰다. 영국 현지에서는 곧바로 부상 중인 손흥민이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당연히 ‘우려’가 뒤섞였다. 홍 감독은 소집 기간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제외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다만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를 끝내 명단에 포함시킨 건, 조금이라도 출전이 가능하다면 소집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친선경기가 아닌 월드컵 예선인 만큼 최정예를 소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명실상부한 대표팀 에이스인 손흥민의 존재감을 고려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컨디션이 100%가 아닌 선수, 심지어 부상 여파가 있는 선수를 굳이 소집하려는 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현 대표팀은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손흥민이 포진한 2선 공격진은 경쟁이 가장 치열한 포지션이다. 존재감은 크게 다르겠지만, 손흥민의 자리인 왼쪽 측면 공격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들도 많다. 여전히 손흥민의 표팀 내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부상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소집할 정도로 대표팀 공격 자원이 부족한 것 또한 아니다.
물론 손흥민의 컨디션이 최상이라면 문제는 없다. 다만 적어도 이번처럼 부상에 대한 우려가 남은 시점이라면, 손흥민의 소집 여부는 대표팀 내부에서 먼저 고민하고 결단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손흥민에 의존할 수는 없다. ‘손흥민 없는’ 대표팀은 언젠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적절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래야 ‘국가대표 손흥민’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볼 수 있고, 대표팀도 손흥민 이후 시대의 밑그림을 서서히 그려갈 수 있다. 몸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오랫동안 대표팀 경기에 뛰겠다던 손흥민에게도, 그리고 한국축구에도 더 나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