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적대적 M&A(인수·합병)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계열사 영풍정밀의 대항 공개매수에 나섰다.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과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오는 21일까지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영풍정밀 지분을 최대 25% 확보해 공개매수 완료 후 60%가 넘는 지분을 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소 수량은 설정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달 13일 MBK가 시작한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일은 10월 4일이다.
제리코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3만원으로, MBK가 내세운 주당 2만5000원보다 5000원(20%) 높다. 지난달 30일 영풍정밀 종가인 2만5300원과 비교하면 4700원(19%)가량 비싸다.
이번 대항 공개매수로 영풍정밀 현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최대 25% 늘어나면, 지분율은 기존 35.31%에서 최대 60.3%로 확대된다.
여기에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가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제리코파트너스는 1181억원의 공개매수 대금 중 300억원은 최 회장 등 주주 3인의 자금으로 채우고, 나머지 881억원은 하나증권에서 차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영풍정밀은 외국에 의존하던 산업용 펌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고, 고효율 펌프와 밸브를 개발해 석유화학과 정유, 제련 등 국가기간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물업으로 국방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제리코파트너스 관계자는 "영풍정밀은 기업 가치 증대에 관심이 없는 MBK가 오로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개매수에 나선 것을 저지해 기존 주주들이 지지하는 회사의 경영 방침과 지속 성장을 향한 비전, 주주 친화 정책 등을 예정대로 실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