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자 준비하고 있었다. 또 그러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다. "
선발 아닌 불펜으로 완벽투를 펼쳤던 조던 발라조빅(26·두산 베어스)이 팀을 2차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이승엽 감독이 4이닝 투구한 그의 연투도 예고한 가운데 발라조빅도 투지를 불태우며 대기 중이다.
발라조빅은 지난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 구원 등판해 4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당초 선발 투수로 두산에 영입됐던 그는 포스트시즌에선 선발 투수가 되지 못했다. 9월 평균자책점 6.63으로 기복이 심했던 탓이다.
그런데 두산이 그를 불펜으로 돌릴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터졌다. 믿었던 선발 곽빈이 1차전에서 1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결국 빠르게 불펜을 가동했고, 첫 주자가 발라조빅이었는데 기대 이상 투구를 펼쳤다. 최고 154㎞/h를 기록하면서 4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으로 기세가 올랐던 KT 타선을 잠재웠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2차전에서 곽빈이 등판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내일 패하면 올 시즌을 끝내는 상황이다. 모든 투수들이, 여차하면 발라조빅까지 대기할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며 발라조빅마저 연투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4이닝 58구를 던지고 휴식 없이 투구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지만, 두산은 패할 경우 역대 최초로 WC 결정전에서 패한 4위 팀이 될 위기에 있다.
3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발라조빅은 전날 호투에 대해 "정규시즌 경기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임했는데, 가을 야구라 아드레날린도 좀 더 나온 것 같다. 최대한 단순하게 던지려고 한 점이 유효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발라조빅은 연투 가능성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팀이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고, 나도 준비됐다. 그러려고 한국에 왔다. 상황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난 항상 준비됐다"고 다짐했다.
발라조빅은 "정규시즌 때 내 모습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가 이어졌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최선을 다해 팀이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포스트시즌 선발 탈락도 의연히 받아들였다. 그는 "선발 투수로 역할을 할 수 없어 실망스럽긴 했다. 하지만 내가 안 좋은 모습, 좋은 모습을 오갔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생각할 여유가 없다. 지금은 포스트시즌이고, 모두의 목표는 승리다.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지금 난 그런 일은 최대한 신경쓰지 않는다. 오직 지금 경기에만 (집중해) 임하고 있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