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외국인 3총사의 활약에 힘입어 0%의 확률을 깨고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했다.
KT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만들며 준PO 티켓을 거머쥐었다.
2015년 WC 결정전 제도가 신설된 이후 정규시즌 5위 팀이 준PO에 오른 적은 없었다. 시작부터 1패를 안고 시작하기 때문에 2연승으로 업셋(포스트시즌에서 순위 하위 팀이 상위 팀을 제치고 오르는 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KT가 9년 묵은 0% 징크스를 깨고 2연승으로 준PO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 3명의 활약이 돋보였다. 1차전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와 2차전 선발 웨스 벤자민이 무실점 짠물 투구를 펼치면서 마운드를 지켰다. 타선에선 멜 로하스 주니어가 2차전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시작은 쿠에바스였다. 쿠에바스는 2일 열린 1차전에서 6이닝 동안 4개의 안타만을 내주며 호투했다. 실점은 없었고, 삼진도 9개나 잡아냈다. 정규시즌에선 두산에 3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ERA) 5.79로 부진했지만, '빅 게임 피처' 명성답게 PS에서는 달랐다. 쿠에바스는 WC 결정전 1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2021년 타이 브레이커를 보는 듯했다"라고 쿠에바스를 극찬했다. 당시 쿠에바스는 나흘(2경기) 동안 217개의 공을 던지며 KT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바 있다. 1위 결정전에선 이틀 쉬고 등판해 7이닝 무실점 짠물 투구를 펼쳤다. KS 1차전에서도 7과 3분의 2이닝 8탈삼진 1실점으로 맹활약하며 통합 우승까지 견인했다. 쿠에바스는 3년 전의 좋은 기억을 살려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2차전에선 벤자민이 이어 받았다. 벤자민은 3일 2차전에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KT의 마법을 견인했다. 벤자민도 지난 정규시즌에서 두산만 만나면 풀이 죽었는데(3경기 1패 ERA 8.18) 결정적인 순간 호투가 빛났다.
벤자민의 무실점 짠물투 뒤엔 로하스의 활약이 있었다. 이날 로하스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1회 첫 타석에서 땅볼 타구를 만든 로하스는 상대 수비 실책을 틈타 2루까지 진루해 기회를 만들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수비 방해'로 아웃 판정을 받았다. 1루 베이스를 밟을 때 불필요하게 상대 1루수 글러브를 손으로 치면서 수비 방해가 선언된 것이다. KT는 1회부터 득점권에 주자를 위치시키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로하스의 실수로 흐름이 끊겼다.
하지만 로하스는 이를 곧 만회했다. 0-0으로 팽팽하던 5회 1사 2루 상황이었다. 허경민의 좌전 안타가 나오면서 2루주자 양석환이 홈까지 내달렸다. 이때 로하스의 레이저 송구가 빛났다. 양석환을 홈에서 잡아내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기세가 오른 로하스는 타석에서 빛을 발했다. 6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로하스는 2루타를 때려내며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후 장성우의 우익수 뜬공으로 3루까지 진루한 로하스는 강백호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면서 길었던 0의 균형을 깼다. 이는 KT의 결승 득점이었다. 0%의 확률을 깨고 KT가 준PO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 선수 모두 정규시즌 막판은 좋지 못했다. 투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1번 타자로 나서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한 로하스의 체력도 부쳤다. 하지만 가을야구에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 "(역사를 바꿀) 좋은 기회가 왔다"라며 웃었다. 외국인 3총사가 마법을 이끌며 팀을 준PO 무대에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