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도 ‘해줘 축구’ 논란에 휩싸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자신의 전술보다 선수의 능력에 의존한다는 지적과 함께 생긴 말인데, 홍 감독의 첫선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진하게 풍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지난달 96위 팔레스타인, 78위 오만을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했다. 결과도, 내용도 잡지 못했다. 안방에서 졸전 끝 팔레스타인 골문을 열지 못했고, 이어진 오만전에서도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맹활약 덕에 가까스로 이겼다.
2연전을 마친 홍명보 감독은 ‘해줘 축구’라는 지적에 고개를 저었다. 당시 홍 감독은 “나하고는 완전히 다른 생각이다. 우리는 경기 운영 중에 분수령이 됐던 시간에 전술적으로 변화를 줬고, 그 전술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부분에서는 내가 동의하기 어렵다. 그 생각도 내가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전술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오만전) 후반전 30분을 남겨놓고는 완벽하게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단호했다. 하지만 경기력에 관한 여론도 썩 좋지 않다. 9월 2연전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 홍 감독 체제 첫 호흡이었다는 것을 고려해도 선수단의 이름값이 상대 팀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약속된 플레이가 보이지 않았던 것도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었다.
홍명보호는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요르단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을 치른다. 요르단은 FIFA 랭킹 68위지만, 만만히 볼 수 없다. 지난 2월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서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팀이다. 실제 지난달 1승 1무를 거둔 요르단은 한국을 제치고 B조 1위를 질주 중이다.
공교롭게도 B조 순위표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한판에 손흥민이 빠진다. 애초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했지만, 허벅지 부상이 길어지면서 낙마했다. 다른 유럽파 선수들은 문제없이 합류했지만, 붙박이 주전인 손흥민 공백을 메워야 하는 큰 과제가 생긴 것이다.
이번이야말로 홍명보 감독이 전술적 역량을 뽐낼 장이 제대로 만들어졌다. 특히 2선은 손흥민의 존재감이 매우 크지만, 대표팀 내 포화 상태인 포지션으로 평가된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엄지성(스완지 시티) 배준호(스토크 시티) 등 쓸 자원이 넘친다.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다. 제 손으로 무전술 논란을 깰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