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에서 혼신의 역투 중인 그가 "한 이닝 더 던질 수 있다"라고 의사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LG는 지난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준PO 4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5-6으로 졌다.
8회 말 등판한 에르난데스는 5-5로 맞선 9회 연속 폭투로 2사 3루까지 몰렸지만 실점 없이 막았다. 이때까지 투구 수는 32개였다. 1차전부터 닷새 동안 누적된 투구 수는 101개였다.
마운드를 내려온 에르난데스는 코치진에게 "(연장 10회 초 공격에서) 1점을 내면 자신이 (10회까지) 한 이닝 더 던지겠다고 하더라"며 "감독 입장에서 참 고맙고 감동을 받았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LG는 10회 말 백승현이 마운드를 넘겨받아 실점 없이 막았으나, 연장 11회 결승점을 뺏겼다.
에르난데스는 LG의 준PO '필승 카드'로 활약하고 있다. 준PO 4경기에서 6과 3분의 1이닝 동안 5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중이다.
에르난데스는 2-3으로 뒤진 8회 초 등판해 2이닝을 책임졌다. 다음날인 2차전은 4-2로 앞선 6회 초 1사 1루에서 선발 임찬규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서 7회까지 실점 없이 막았다. LG는 6회 말 3점을 뽑아 7-2로 이겼다.
염경엽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에르난데스의 등판 가능성은 단 1%"라고 밝혔지만, 마무리 유영찬이 9회 1사 후 2점 홈런을 맞자 결국 그를 투입했다. 에르난데스는 닷새 동안 4번째 등판이던 4차전에서도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뿌렸다.
에르난데스는 5차전에도 출격 대기한다.
에르난데스가 이날 마운드에 오를 경우 외국인 투수로는 최초로 단일 시즌 준PO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2005년 SK 와이번스 위재영, 2010년 롯데 자이언츠 강영식과 두산 베어스 고창성, 2013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한현희, 2017년 NC 다이노스 원종현까지 5명이 단일 시즌 준PO 최다 5경기에 출장했다.
다만 외국인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외국인 투수의 단기전 불펜 활용도 보기 드문데, 시리즈 전 경기 등판은 이례적이다. 에르난데스가 이를 모두 수용했다.
염경엽 감독은 "선발 임찬규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손주영이 대기한다"라며 "KT로서는 손주영과 에르난데스를 공략하느냐 못하느냐 싸움이 아닐까. 경기 후반으로 넘어가면 거기서 승패가 가릴 것 같다"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