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국정감사에서 계열사 사장이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난감해졌다. 더군다나 그룹의 오너가 최측근으로 꼽히는 경영진의 몰상식한 처신에 중대재해와 관련해 국회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인섭 한화오션 대외협력실장(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전국구 스타’가 됐다.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중앙노동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사장은 대기 중에 휴대전화로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와 ‘셀카’ 촬영을 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 자격으로 나와 중대재해 사고의 안전대책을 밝히는 자리에서 나온 행동이라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한화오션은 올해 중대재해 사고로 하청노동자 포함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이날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아까 하니와 셀카를 찍으셨더라구요”라고 묻자 정 사장은 “하니가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은 “회사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셀카를 찍어요”라고 질책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당일 사과문을 내고 머리를 숙였다.
한화오션은 “당사 임원의 적절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국민, 국회,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며 “사업장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상황에서 당사 임원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발방지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 데다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국감 출석 여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태선 의원은 “한화오션은 산업재해율 1위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유감”이라며 김동관 부회장의 증인 채택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오는 25일 예정된 환노위 종합감사 증인으로 김 부회장이 국감장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한화그룹은 김 부회장이 이번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15일 환노위 국감을 눈여겨보는 와중 예기치 않은 ‘셀카 사건’이 터진 것이다.
정 사장은 과거 한화그룹 3세의 가족회사라 불리는 에이치솔루션(현 한화에너지) 대표이사를 지낼 만큼 지척에서 오너가를 보필해온 인물이다. 그는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에너지가 합병했을 때도 두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겸직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 부문 사장을 맡고 있는 정 사장에게 한화오션의 대외협력실장을 겸하는 임무를 맡길 정도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장 자리에 있는 경영진이라면 지침이 없더라도 알아서 잘 처신할 것으로 생각할텐데 이번 사례는 오너가 입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인섭 사장이 한화오션의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며 HD현대중공업과의 소송전 전면에 나서고 있는데 행여나 불똥이 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