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주장 구자욱(31)이 일본으로 떠났다. 집중 치료와 조기 복귀를 위해서다.
구자욱은 지난 15일 대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 1회 2루 도루를 하다 왼 무릎 부상을 입었다. 그는 2루 도착 후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교체되길 원하지 않았다. 구자욱은 이후 후속 타자의 적시타로 홈을 밟을 때 다리를 절뚝였다. 정상적인 주루가 불가능하다는 게 파악되자 라인업에서 빠진 뒤 병원 검진을 받았다. 왼 무릎 인대 미세 손상 진단을 받은 구자욱은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이미 PO 3~4차전 출전은 불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혹시 모를 5차전과 한국시리즈(KS) 출전을 위해 구자욱은 일본 이지마 치료원으로 떠났다. 19일 이후 포스트시즌(PS) 출전을 목표로 한 선택이었다.
뼈와 인대 전기치료 전문 병원인 이지마 치료원은 국내에서도 여러 스포츠 선수가 치료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지난 8월 중순 대퇴부 손상 진단을 받은 최지훈(SSG 랜더스)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빠르게 회복, 시즌 막판 팀에 복귀하기도 했다.
PO 2차전에서 아픈 다리를 절뚝이며 홈으로 향한 절박한 마음으로, 구자욱은 하루빨리 팀에 복귀하려 한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삼성의 KS 진출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다.
구자욱의 투혼은 팀 내 젊은 선수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구자욱의 부상 이후 삼성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았지만, 남은 선수들이 합심해서 PO 2차전에서 승리했다. 류지혁이 "구자욱 형 없어도 우리가 해내야 한다"며 젊은 선수들을 다독였다. 경기 후 김헌곤은 "팀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빠져 마음이 무겁다.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원태인도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선수들이 의기투합해서 KS까지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구자욱 형에게) 빨리 회복해서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과거 KS에서도 베테랑의 부상 투혼이 팀에 큰 영향을 준 바 있다. 2021년엔 KT 위즈 박경수가 KS 도중 불의의 부상(종아리)을 입어 남은 경기에 결장했다. 이후 박경수는 목발을 짚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한 끝에 우승의 순간을 함께했다. 우승 후 환호하는 선수단을 향해 박경수가 목발을 던지고 걸어가는 장면은 당시 큰 화제였다.
2022년엔 SSG 주장 한유섬이 KS 6차전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으나, 절뚝이는 와중에도 끝까지 3루까지 전력 질주하며 팬들로부터 환호를 자아낸 바 있다. 2024년 가을 구자욱의 투혼은 어디까지 닿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