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철금속 1위 고려아연이 MBK·영풍 연합의 시장 교란 의혹을 제기했다. 지분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 경쟁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친 가처분 신청으로 방어 수단을 차단하고 시장 내 불안감을 퍼뜨려 부당하게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MBK는 가처분 쟁점인 경영진 배임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으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무리한 투자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억지 주장 유포해 시장 불안 야기"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로지 자신들(MBK·영풍)의 공개매수가 더 일찍 완료된다는 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마치 회사(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위법해 2차 가처분으로 무효화될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유포하며 투자자와 시장을 불안에 빠뜨리는 방법으로 소송 절차를 남용하고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응한 지분율 5.34%의 투자자들이 이런 '유인된 역선택'으로 손실을 봤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과 MBK·영풍은 공개매수가를 각각 89만원, 83만원으로 설정한 바 있다.
박 대표는 "MBK·영풍이 가처분 신청을 일단 제기해두고, 결정이 날 때까지 일방적 주장을 유포하며 시장에 온갖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해 주당 6만원이나 더 높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하는 대신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인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 주가 조작, 사기적 부정 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고려아연은 향후 MBK·영풍의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MBK·영풍은 지난 14일 마감한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해 지분율을 38.47%로 끌어올렸다.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인 33.99%보다 4.48%포인트 높다.
하지만 MBK·영풍이 당초 목표로 했던 지분 7% 추가 확보에는 미치지 못해 완벽한 승리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고려아연의 수조원대 대항 자사주 공개매수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라며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 금지 2차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에 돌입했다.
최 회장 측은 동맹인 베인캐피털과 오는 23일까지 전체 주식의 최대 20%에 해당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MBK "가처분 기각=배임 무혐의 아냐"
MBK 측은 즉각 반발했다. 법원의 2차 가처분 판결이 고려아연 경영진의 배임 무혐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받아쳤다.
MBK는 "배임에 해당한다거나 이사의 충실 의무 또는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은 본안에서의 충실한 증거 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문을 인용했다.
MBK는 "이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명백히 증명되지는 않았다는 것이지,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은 아니다. 본안 소송으로 가려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또 5.34%의 투자자들은 잘못된 선택이 아닌 최윤범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미치는 모습에 실망해 돌아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K는 "최 회장은 (자본 잠식 상태의) 이그니오 투자 의혹뿐만 아니라 중학교 친구인 지창배 대표가 운영하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 2019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5000억원이 넘는 회사 자금을 비정상적으로 투자한 이유,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관여한 의혹에 대해서까지 주주들 앞에 나서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