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 가드 유기상(23·1m 88cm)은 프로 2년 차 신인이지만, 팀을 생각하는 자세는 베테랑 못지않다. 그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유기상은 지난 21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CC와 2024~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 팀의 89-84 승리에 힘을 보탰다. 팀 내 최다 스틸(3회)도 그의 차지였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LG는 개막 2연승을 질주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유기상은 KCC전을 마친 뒤 중계사와 인터뷰에서 “개막전을 승리로 따내고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싶었다. 마지막에 안일했지만, 승리를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2023~24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유기상은 앞선 2경기에서 팀 플레이어의 참모습을 뽐냈다. 유기상은 지난 19일 열린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개막전 3쿼터에 샘조세프 벨란겔 경합하다가 눈두덩이에 출혈이 생겼고, 벤치로 물러났다. 하지만 붕대를 감고 4쿼터를 소화하는 투지를 선보였다.
이어진 KCC전에서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언성 히어로’를 자처했다. 유기상은 팀이 필요할 때마다 강점인 외곽포를 터뜨렸다. KCC전이 시소게임 양상으로 이어졌던 터라 그의 3점슛은 LG에 매우 값졌다. 특히 밀리고 있던 3쿼터 때 3점슛 두 방은 상대 추격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디펜스도 빛났다. 상대 에이스 허웅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무력화시켰다. 수원 KT와 개막전에서 18점을 몰아친 허웅은 LG를 상대로 13점을 기록했다. 유기상의 스틸 등 헌신이 없었다면 분명 허웅을 막기는 쉽지 않았다. 4쿼터 막판 유기상이 허웅의 볼을 뺏는 장면을 본 김태술 해설위원은 “이게 조상현 (LG)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라고 극찬했다.
유기상은 “공격에서 작년보다 압박이 심해진 건 사실이다. 그런 압박을 대학교 때 받아봐서 무리하게 하기보다 동료를 살리거나 기다렸다가 한 방을 해준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며 “수비는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끝까지 공을 보면서 따라간다. 끝까지 하려는 자세가 통한 것 같다”고 했다.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쥔 유기상은 주연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길 만도 하지만, 오히려 자세를 낮춘다. 팀의 쾌속 질주를 바라며 기량이 좋은 외국인 선수 아셈 마레이, 칼 타마요 등을 빛나게 하기 위함이다.
유기상은 “사실 선수라면 욕심도 있고, 뛰다 보면 내 찬스도 많이 보인다. 그러나 우리 팀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나는 기다렸다가 나중에 중요할 때 적극성을 갖고 하지 않을까”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