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인생 계획표가 다시 한 번 화제다. 빗나간 것 투성이지만, 심상치 않은 우연의 일치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오타니는 오는 26일(한국시간) 시작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WS·7전 4선승제)에 나선다.
말 그대로 만화 같다. 지난 2018년 MLB에 진출한 오타니는 6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 올라보지 못했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계약한 LA 에인절스가 매년 부진했다. 오타니 본인은 2018년 신인왕, 2021년과 2023년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로 정상급 기량을 펼쳤으나 야구는 팀 스포츠였다.
그랬던 오타니가 자유계약선수(FA)가 돼 다저스로 이적한 첫 해부터 가을야구에 올랐다. 오타니 본인도 포스트시즌 데뷔전부터 동점 스리런 홈런을 치는 등 팀 선전에 힘을 보탰다. 그렇게 첫 가을부터 WS 진출에 성공했는데, 상대마저 예사롭지 않다. 상대는 서부의 다저스에 대적하는 동부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 그리고 그 주장이 오타니와 2022년 MVP를 겨루며 라이벌로 떠오른 애런 저지다.
만화 같은 게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오타니가 고교 시절 써놓은 인생 계획표다. 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23일(한국시간) "오타니의 계획표가 화제를 모았던 걸 기억하는가"라며 "다저스가 26일부터 양키스와 월시를 치르면서 이 계획표가 다시 한 번 관심을 모은다. 이유는 이 내용 때문이다. 'WS에서 우승하고, 결혼한다.' 결혼은 했다. WS 우승도 이뤄질까"라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그 어떤 열애설도 없었던 오타니는 올해 2월 돌연 결혼을 이미 마쳤다고 깜짝 발표를 선언했다. 상대가 누군지도 밝히지 않았지만, 이후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 투어로 떠나는 과정에서 부인이 전 농구선수 다나카 마미코라고 사진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결혼한 해 WS까지 오르면서 계획표처럼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게 됐다.
물론 나이의 차이는 있다. 오타니는 계획표를 작성할 때까지만 해도 일본프로야구(NPB)로 갈 생각이 없었다. 당시 다저스 일본 스카우트의 관심에 감동한 그는 MLB 직행을 생각 중이었다. 그래서 계획표에는 19세 안에 트리플A에 입성하고, 20세에 빠르게 콜업돼 빅리그 커리어를 쌓게 돼 있었다. 또 투수 전업만 생각했기에 투수 관련 목표만 적어둔 상태였다.
하지만 오타니의 실제 인생은 계획표와 다르게 펼쳐졌다. MLB 직행을 생각하던 그를 닛폰햄 파이터스가 "NPB를 거쳐 가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 투수 전업보다는 투타겸업을 할 재능도 있다"고 설득했다. 그래서 그는 2013년이 아닌 2018년 MLB로, 투수가 아닌 투타겸업으로 빅리그에 올랐다.
4~5년 정도 차이는 생겼지만, 오타니는 계획표 중 몇 가지는 이뤘다. 특히 눈에 띄는 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오타니는 23살 때 WBC에 출전하고, 27살 때는 우승을 이끌고 MVP를 타겠다고 다짐했다.
나이는 조금 달랐지만, 그 목표를 이뤘다. 오타니는 2023년 WBC에서 대회 타율 0.435 출루율 0.606, OPS(출루율+장타율) 1.345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86 11탈삼진을 기록하고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미국과 결승전에선 마무리 투수로 당시 팀메이트이자 현역 최고의 선수였던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 잡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의 꿈처럼 MVP는 당연히 자신이었다.
한편 고등학생 오타니의 꿈은 40세로 마무리된다. 그 안에 사이영상을 타고, 리그 MVP도 타겠다고 했다. WS 우승은 세 차례 이루고 싶어했으며 은퇴 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세워보고 싶다는 각오를 남긴 바 있다. 투타겸업으로 사이영상 수상엔 실패했지만, 오타니는 올해를 포함해 벌써 MVP 3회가 유력한 상황이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하나는 눈 앞까지 왔다. MLB닷컴은 "오타니가 이 계획표에 있는 일들을 달성하는 게 과연 놀라운 일일까?"라며 "앞으로 일은 지켜봐아 하겠지만, 일단 그는 눈 앞에 있는 목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WS 우승이다"라고 기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