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며 혼란스러웠던 시국이 조금씩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관철시키고자 서울시민들은 물론 온 국민이 약속이나 한 듯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로 몰려들었다. 추위에 떨며 탄핵을 부르짖는 이들을 위해 현장을 찾지 못한 이웃들이 여의도를 비롯 영등포시장, 당산 등지 카페와 식당에 커피, 김밥, 샌드위치 등을 미리 결제해 아무나 마시고 먹을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이른바 선결제가 유행처럼 이어졌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하는 탄핵안이 결국 가결되면서 여의도 집회는 막을 내렸다. 집회는 끝났지만 선결제, 응원봉 등 이전과 다른 시민 문화의 성숙함에 칭찬이 이어졌다.
하지만 계엄, 탄핵, 내란 등 시국에 뜻밖의 입소문이 난 곳은 롯데GRS의 패스트푸드 브랜드 롯데리아.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전현직 정보사령관들이 사전 모의 차 만난 곳이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 지점으로 밝혀지면서 불똥이 튀었다.
하필이면 지난 2013년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 당시 이석기 전 의원도 롯데리아에서 만남이 있었던 일이 겹쳐 ‘내란 음모의 성지’로 떠올랐다.
원치 않는 입소문이 난 롯데리아는 풍자의 대상에 올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모양새였다. 지도 앱을 통한 별점 테러, 리뷰가 줄줄이 이어졌고, AI를 활용한 내란 버거의 가상 이미지들이 밈(meme)처럼 쏟아졌다.
롯데리아는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문의에 “정치적인 문제로 엮어 당황스럽다”면서 “해당 매장에서 내란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고, 관련 상품의 출시 계획도 당연히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내란 모의 핫플이 된 롯데리아처럼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주목받게 되는 일명 ‘블레임룩’은 과거부터 왕왕 일어났다. 익숙한 탈옥수 신창원의 니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립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스트라이프·캡 모자 패션 등이 스쳐 지나간다.
롯데리아처럼 장소가 이름 난 경우도 있다. 지난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 모의가 도청으로 드러난 초원복집 사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씨의 곰탕 배달 식당, 2003년 장국영의 마지막 장소로 유명한 홍콩 만다린오리엔탈 호텔 등으로 졸지에 명소가 된 일들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