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마크 맥과이어(61)와 함께 홈런왕 경쟁을 펼쳤으나 나란히 경기력 향상 약물(PED) 사용 의혹을 받았던 새미 소사(56)가 처음으로 사과했다.
소사의 전 소속팀이었던 컵스는 20일(한국시간) 구단 SNS 등을 통해 소사의 사과문을 공개했다. 사과문에 따르면 소사는 "162경기 이상 뛸 수 있도록 힘을 유지하고, 부상에서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시절이 있다"며 "난 규정을 어긴 적은 없지만, 돌이켜보니 실수였다. 사과 드린다"고 했다.
"컵스와 컵스팬을 위해 내 모든 걸 경기장에 바쳤다. 승리하고 팬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 소사는 "컵스 팬은 전 세계에서 최고이고, 팬과 컵스 구단과 함께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도 주장했다.
소사는 1990년대 후반을 대표하던 홈런 타자다. 통산 타율 0.273 609홈런 166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8을 기록한 강타자였던 그는 1998년 66홈런, 1999년 63홈런, 2000년 50홈런(1위), 2001년 64홈런, 2002년 49홈런(1위)을 때려내며 한 시대를 지배했다.
그와 맥과이어의 홈런왕 대결이 당시 최대 화제였다. 1998년 두 사람은 홈런 대결 끝에 나란히 로저 매리스의 종전 최다 홈런 기록(1961년 61개)을 깼다. 그해 홈런왕은 70개를 친 맥과이어였지만,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는 소사에게 주어졌다.
빛나는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03년 경기 도중 코르크 배트 사용이 적발된 그는 2004년 소속팀 더스티 베이커 감독을 비난하고 선수단과도 갈등을 빚었다. 지각 출근, 무단 퇴근 등도 일으켰다. 결국 그해 트레이드로 컵스를 떠난 그는 2005년 약물 복용 혐의까지 받았고, 부활하지 못하며 2009년 공식 은퇴했다.
"규정을 어긴 적은 없다"고 했지만, 162경기를 뛸 체력을 언급한 만큼 사실상 약물 복용을 시인한 셈이다. 무려 19년 만의 일이다. 소사는 2005년 청문회에선 이를 부인했다. 2003년 약물 검사에선 적발됐으나 비공개 검사라 선수 본인은 그동안 이를 부인해왔다.
길었던 '고집'은 20년이 지나 풀렸다. 최악의 모습으로 이별했던 친정팀 컵스와 최근 화해했기 때문이다. 컵스는 오는 1월 18~20일 열리는 팬 페스티벌에서 소사를 초대했다. 또 이를 위해 소사가 팬들에게 먼저 사과하는 형식을 취했다.
컵스 구단주인 톰 리케츠는 "소사의 사과문을 발표할 수 있게 돼 매우 고맙다"며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누구보다 승리를 원했던 선수였다. 모두가 완벽할 순 없다는 걸 잘 알지만, 소사가 컵스에 대한 열정만큼은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