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연내 합의점을 찾았다. KIA 타이거즈에 잔류한 자유계약선수(FA) 사이드암스로 임기영(31)의 얘기다.
임기영은 지난 21일 KIA와 3년 최대 15억원(계약금 3억원, 총연봉 9역원, 옵션 3억원)에 계약했다. 지난달 6일 FA 시장이 개장한 이후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모습이었는데 결론은 '잔류'였다. 2012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임기영은 2014년 12월 송은범의 FA 보상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은 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약했다.
FA 권리를 행사한 시점은 선수에게 불리했다. 임기영의 올 시즌 성적은 37경기 6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6.31. 1군 주전으로 도약한 뒤 개인 성적(통산 평균자책점 4.80)이 가장 떨어졌다. 더욱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낙방, 통합 우승한 팀의 잔치를 뒤에서 지켜봐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FA 권리 행사를 1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아니었다.
팀 내 3명의 선수(장현식·임기영·서건창)가 FA 시장에 뛰어든 KIA의 첫 번째 목표는 불펜 장현식의 잔류였다. 하지만 장현식이 지난달 11일 LG 트윈스로 이적, 오프시즌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KIA는 장현식과 임기영의 에이전트(리코스포츠에이전시)가 같다는 걸 고려해 협상 우선순위를 정했다. 두 선수의 계약 논의를 '투 트랙'으로 진행하면 정보를 독점한 에이전트에서 주도권을 쥘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선수에게도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장현식의 목적지가 결정된 뒤에도 임기영의 FA 협상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결국 거취를 결정한 건 선수였다. 심재학 KIA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선수가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KIA에 남고 싶다는 진정성을 보여줬다"라고 촌평했다. 조건을 크게 상향할 수 없었지만 서로 양보해 타협점을 빠르게 찾았다. 심 단장은 선수가 조건에 대해 서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으나 팀을 위해 불만 없이 투구했던 모습 등이 우리 입장에선 가산점이었다. 꾸준하게 100이닝을 던져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저점을 찍은 성적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 침울할 수 있는 선수를 향한 격려가 담긴 메시지였다.
고심 끝에 잔류한 임기영은 "이적은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 준 구단에 감사하고, 열정적인 KIA 팬들의 함성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올 시즌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지금부터 잘 준비해서 팀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