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연주자 프로듀서, 평론가 등 다양한 음악인 2645명이 참여한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이 가수 이승환의 구미 콘서트를 일방 취소한 구미시를 강력 비판했다.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24일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예술가의 문화예술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기본권”이라며 “그럼에도 구미시가 ‘안전’을 이유로 이승환 콘서트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에 음악가들은 큰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미시가 제시한 '안전상의 우려'는 행정이 해결해야 할 갈등을 회피하고, 공연 취소라는 손쉬운 선택으로 책임을 외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한때 구미시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었고, 첨단기술의 메카였으며, 젊은이들의 꿈이 영글어가는 도시였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구미시는 문화예술의 자유를 억압하고,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침해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도시가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시민의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예술 행위 자체는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이라며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미시는 주최 측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반대 의견을 이유로 공연을 취소함으로써 행정이 특정 집단의 항의에 굴복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면서 “또한 예술인의 개인적 견해를 이유로 예술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문화예술계 전반에 검열과 통제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이어 “이미 계약이 체결되고 티켓 예매가 완료된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함으로써 행정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그 결과, 이번 공연을 기다려 온 팬들의 마음에도 큰 실망과 상처를 줬다”고 했다.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그러면서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부끄러운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며, 문화예술 검열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 사태가 한국 문화예술계에 드리운 검열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구미시가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아울러 김장호 구미시장은 예술인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 당연히 구미시는 문화예술 행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고 예술 검열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이들은 “예술은 시민의 권리이며, 행정은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어떠한 이유로도 시민의 문화향유권과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오늘 음악인들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노래를 막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환은 당초 오는 25일 구미에서 35주년 기념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구미시가 시민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들며 취소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역 보수단체 회원들이 구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승환의 공연 취소를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과 관련해 “관객과 보수 우익단체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 안전상 이유”라고 밝혔으나 이승환은 구미시가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서약서에 사인을 강요했다며 “표현의 자유 문제”라고 강력 비판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