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SNS에 잘못 게시된 단 몇 초, ‘빛삭’에도 불같이 번진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기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최근 불거진 음란물 표지 게시 논란 후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 인터뷰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난 박성훈은 한마디 떼는 것도 조심스러워 숨을 고르고, 눈물을 참으려는 듯 허공을 바라보며 저질러진 ‘실수’를 진심으로 주워 담고자 했다.
박성훈은 “먼저 최근 저의 크나큰 실수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게시물이 ‘잘못’ 업로드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앞서 소속사가 두 차례 해명한 것처럼 문제가 된 사진을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발견하고, 이를 담당 매니저에게 문제 제기하기 위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조작 실수로 SNS에 게시됐다는 것. “저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게 스토리(기능)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사진을 바로 삭제했고, 당연히 음란물도 보지 않았습니다. 부계정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징어 게임2’ 제작진과 출연 배우에게 미안함도 표했다. 그는 “작품과 캐릭터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와중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굉장히 속상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크다”라고 목이 멘 듯 눈물을 삼켰다. 당초 차기작으로 결정된 ‘폭군의 셰프’ 리딩이 연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국가애도기간 때문이었다”라고 말했으나, 그는 결국 지난 11일 드라마 하차 결정을 알렸다.
박성훈이 ‘오징어 게임2’에서 연기한 현주는 그간 K콘텐츠에서 보기 드문 MTF 트랜스젠더(여성으로 정체화한 생물학적 남성) 캐릭터였던 터, 여성 혐오적인 음란물 게시에 더욱 여론이 차갑게 반응했다. 그는 “현주를 연기했기에 이런 영상물이 제작되는 게 도덕적으로 맞는지, 작품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을지 더 문제성을 느꼈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공유하려 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극중 현주는 성전환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 인물로, 이타적인 성격으로 생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노인과 여성의 편에서 앞장서 시청자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특전사 중사 출신 설정으로, 지난 2021년 성전환 후 강제 전역당한 고 변희수 하사가 참조된 인물이기도 하다.
박성훈은 성소수자 연기에 부담은 없었다며 “배우로서 새롭고 큰 도전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역할을 멋있고, 매력있고, 누구나 좋아할 만한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저는 굉장히 겁이 많아서 실제로는 오징어 게임을 1라운드하고 집에 갔을 거 같아요. 현주처럼 용기 있고, 결단력 있고, 리더십 있는 캐릭터가 아니거든요. 그런 측면을 갖지 못한 제게 현주라는 캐릭터를 선물해 준 황동혁 감독님께 감사합니다.”
과거 연극무대에서는 ‘두결한장’을 비롯해 성소수자 역을 선보였던 박성훈이지만, 이런 경력을 황동혁 감독은 모르고 캐스팅했다고 한다. “대학로에서 성소수자 캐릭터 연기를 했기에 고 변희수 하사 사건에도 누구보다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현주 역을 위해서 추가 조사도 하고 실제 트랜스젠더 분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과 촬영 기간이 겹쳤다면서 “아침에는 트랜스젠더 분장을 하고 있다가 저녁에는 나쁜 도끼눈을 뜨면서 악행을 저질렀다. 그렇게 하루에 두 편을 촬영하는 날도 상당히 많았는데 그 경험이 재밌었다”고 떠올렸다.
박성훈은 앞서 ‘더 글로리’의 악역, 전재준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여전히 ‘전재준’은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지만 떼어낸다거나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고 한다. “‘전재준’으로 개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 예명을 바꿔야 한다며 많이 들려오지만 제일 유명한 ‘박성훈’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커요.”
다만 “이번엔 ‘현주’로 불러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배우로서 또 좋은 작품에서 색다른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바람을 전했다.
“배우로서 얼마나 제 영향력이 큰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일원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다시 마음 단단히 먹고 초심을 열심히 되찾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