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내외야 수비를 모두 소화하고 있는 KT 황재균. KT 제공
KT 위즈는 2025 스프링캠프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강백호(26)가 포수 마스크를 썼고, 홀쭉해진 황재균(38)이 유격수를 맡았다. 특히 황재균은 내야 전 포지션을 보면서 외야 수비도 겸할 예정이다. 새 시즌 KT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보인다.
나비효과다. 지난겨울 KT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유격수 심우준(30)을 힌화 이글스로 떠나 보냈다. 반대급부로 KT는 베테랑 3루수 허경민(35)을 두산 베어스로부터 영입했다. 기존 3루수 황재균과 포지션이 중복된 동시에, 내야진 연령대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KT는 기존의 구상을 모두 뒤바꿔야 했다. 내야진 교통정리와 함께 얇은 내야진 선수층을 강화하기 위해 세대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첫 시작은 황재균의 포지션 이동이었다. 허경민보다 수비 범위가 좁은 황재균이 1루 수비를 맡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하지만 지난겨울 황재균이 기대 이상으로 몸을 잘 만들었다. 6주 동안 13㎏을 뺀 모습으로 캠프에 참석한 것이다. 그러자 코치진도 그에게 1루뿐 아니라, 유격수와 외야 수비까지 주문했다. 황재균이 이를 잘 소화해 내면서 이강철 KT 감독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마흔 살을 앞둔 황재균은 여전히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장타력이 있다. KT는 그의 펀치력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유틸리티 임무를 맡겼다. 여러 포지션을 맡을 수 있으면 타석에 설 기회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평가전에서 황재균은 유격수와 좌익수 두 포지션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KT 포수 강백호. KT 제공
강백호의 포수 전향도 고령화 내야진에 숨통을 트일 수 있다. 강백호가 지명타자 자리를 내려놓고 마스크를 쓰면서 다른 내야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수년간 확실한 수비 포지션을 잡지 못했던 강백호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지명타자로 나섰다. 강백호가 붙박이 지명타자로 뛰면서 다른 야수들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지 못했다. 강백호가 포수로 뛰는 경기만큼 다른 베테랑들이 지명타자로 나서 체력을 안배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KT 내야진의 연령대는 높다. 1루수 문상철(34)과 오재일(39), 2루수 오윤석(33), 유격수 김상수(35) 등 주전 내야수들이 모두 30대 중후반 선수들이다.
강민성, 권동진, 유준규, 천성호, 윤준혁. KT 제공
KT는 젊은 내야수 육성에도 열을 올렸다. 이번 캠프에서 천성호(28) 권동진(27) 강민성(26) 윤준혁(24) 유준규(23) 등이 그 대상이었다.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 훈련까지 진행하면서 활용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강철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호주 1차 캠프에 이어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2차 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며 실전 감각을 쌓아 올리고 있다.
지난 호주 캠프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그동안 주전 선수들을 뒷받침해 줄 백업 선수가 부족해 고민이 많았다. 이번 캠프에서 선수들이 잘 준비해서 걱정을 조금씩 덜고 있다. 선수 기용의 폭도 넓어졌다"라며 만족해했다. 심우준을 놓치면서 어려울 것만 같던 교통정리와 선수층 강화를 과감한 결단과 묘책으로 타파하면서 새 시즌 기대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