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여 관중이 모두 홈런만 기다리고 있는 순간.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배트를 쥔 한 손을 놓고 기술적인 스윙을 했다. 자신이 왜 슈퍼스타인지 증명했다.
오타니는 지난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일본 시리즈(개막전)에 1번·지명타자로 출전, 5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오타니는 다저스 타선이 컵스 선발 투수 이마나가 쇼타 공략에 실패하며 1안타로 뽑지 못하고 있었던 5회 초, 1사 1루에서 바뀐 투수 벤 브라운을 상대로 우전 2루타를 치며 다저스의 2025시즌 첫 안타를 기록했다. 0-1로 지고 있었던 다저스는 이후 토미 에드먼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상대 야수 송구 실책과 윌 스미스의 추가 적시타로 1점 더 달아났다.
오타니는 추가점이 필요했던 9회 타석에서도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투수 라이언 브레이저로부터 우전 2루타를 치며 득점권에 나섰다. 다저스는 에드먼이 진루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적시타를 치며 1점 더 달아났다. 새 마무리 투수 태너 스콧이 9회 말 마운드에 올라 리드를 지켜내며 2025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일본 영웅' 오타니가 도쿄돔, 그것도 축제(도쿄 시리즈) 서막을 장식하는 첫 타석으로 나섰다. 지난해 '서울 시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관중이 개인 휴대폰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고 이 순간을 담으려 했다.
오타니도 성원에 부응하려고 했다. 담장을 넘길 기세로 풀스윙을 한 승부도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결국 팀 승리를 이끄는 타격을 보여줬다. 다저스의 1호 안타를 기록한 5회, 오타니는 포심 패스트볼(직구)-커브 '투 피치' 투수인 브라운을 상대로 커브에 맞춰 우측 선상에 타구를 보냈다. 불리한 볼카운트(0볼-2스트라이크)에서 3구째에 배트를 크게 돌려 파울이 나오자, 바로 '콘택트' 스윙에 집중했다.
9회 브레이저와의 승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타니는 4구째 낮은 코스 컷 패스트볼이 들어왔을 때, '홈런 스윙'을 하며 4만 관중 기대에 부응하려 했다. 하지만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들어간 5구째는 거의 지면에 닿을 만큼 낮은 슬라이더를 몸의 중심은 낮추고 한쪽 손을 배트에서 놓는 기술적인 타구로 다시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오타니는 지난 시즌(2024) 54홈런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NL) 홈런왕에 올랐다. '파워의 아이콘'이기도 한 그가 도쿄돔에서 홈런을 때려내는 장면을 기대한 일본팬이 많았다. 오타니는 이에 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승부를 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선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