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타이틀은 모두 한국에서 지어졌다. 로컬 제목은 창작자 의도와 작품의 메시지를 내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통상 제작 국가에서 작명한다. 이후 현지팀과 국가별 정서, 이슈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2, 3차 논의를 거친 후 최종 결정한다. OTT 한 관계자는 “해당 쇼와 원제 의미를 직관적으로 내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동시에 창의적 의역을 통해 현지 시청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측 역시 관련 문의에 “해외 제목을 정할 때는 원어 제목에 담긴 창작자의 의도와 문화적 뉘앙스를 문화에 맞게 현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해외 시청자가 제목만 보고도 작품의 느낌, 장르 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원제의 색채를 완전히 잃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폭싹 속았수다’의 글로벌 제목도 이러한 현지화 과정과 여러 각도에서의 고민 끝에 탄생했다. ‘폭싹 속았수다’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크게 ‘자식을 위한 희생’과 ‘삶의 역경 극복’인데, 넷플릭스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전자에, 영미·유럽권에서는 후자에 방점을 찍어 작품을 선보였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아시아권에서는 가족을 위한 희생 코드, 거기서 오는 보편적 공감대가 크다. 대체로 이 문화권을 보면 부모 세대가 자식을 위해 헌신해 온 특징이 있기 때문에 제목에 ‘수고’나 ‘헌신’을 강조했다. 반면 미국, 유럽 쪽은 반대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보니 이런 정서가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희생보다는 ‘인생’ 자체에 초점을 맞춰 제목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하 평론가는 “제목의 현지화는 중요하다. 과거 미국 영화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가 ‘내일을 향해 쏴라’로 국내에서 개봉해 명작, 명제목으로 남은 것이 일례”라며 “특히 해외 시청자 대다수가 한국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말 소리만 음차하는 건 의미가 없다. 나라별 실정에 맞게 제목을 짓는 것이 결국 드라마의 이미지, 나아가 성공 여부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 7일부터 매주 4회차씩 순차 공개 중인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첫 주(3월 3~9일) 36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로 글로벌 톱10 TV쇼 비영어 부문 4위를 차지했다. 이어 공개 2주 차(3월 10~16일)에는 600만 시청수를 기록, 2위로 상승하며 글로벌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