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를 강타한, 이른바 '어뢰 배트(torpedo bats)'를 올 시즌 KBO리그에선 보기 힘들 전망이다. 박근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시즌 중 갑자기 새로운 배트를 도입하면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미국 본토 개막전을 치른 MLB에선 '어뢰 배트'가 화제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 박사 출신인 애런 린하르트(현 마이애미 말린스 필드 코디네이터)가 고안한 이 배트는 MLB 규정(지름 2.61인치, 길이 42인치)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배트 중심 부분인 스위트스폿(sweet spot)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뉴욕 양키스 타격 분석가 출신 린하르트가 앤서니 볼피(양키스)의 스윙 데이터를 분석한 뒤 배트 특정 부위에 공이 많이 맞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를 토대로 공과의 접촉이 많은 부분에 나무와 질량을 극대화해 배트의 무게 중심을 이동한 것이다.
'어뢰 배트'를 사용하는 뉴욕 양키스 앤서니 볼피의 타격 모습. [AP=연합뉴스]
배트 손잡이 쪽으로 스위트스폿이 내려오면서 모양이 흡사 볼링핀을 닮았다. 그뿐만 아니라 어뢰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관련 별명이 붙었다. 효과는 만점이다. 주요 타자들이 '어뢰 배트'를 사용 중인 양키스는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즌 첫 3연전에서 홈런 15개를 쏟아냈다.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엘리 데 라 크루스(신시내티 레즈) 애들리 러치맨(볼티모어 오리올스)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 등 너나 할 거 없이 '어뢰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BO리그 도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KBO리그에서 '어뢰 배트'를 사용하려면 KBO 규칙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게 먼저다. 박근찬 사무총장은 "(신규 배트 승인을 위해) 시즌 중 규칙위원회가 열릴 수는 있다. 하지만 (혼란을 가중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새로운 배트를 도입한다고 발표하기 어렵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조사하고 검사도 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즌 중 대체 선수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가 '미등록 배트'를 소지할 경우 이와 관련해 규칙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경우가 왕왕 있으나 '어뢰 배트'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현재 MLB에선 관련 배트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사안이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타격 시 팔에 전달되는 충격이 달라지는 만큼 특정 부상과 연결 짓는 시선도 꽤 있다.
다만 KBO 공식야구규칙 3.02 배트(a)에는 '배트의 겉면이 고른 둥근 나무로 만들어야 하며 굵기는 가장 굵은 부분의 지름이 2.61인치(6.63㎝) 이하, 길이는 42인치(106.7㎝) 이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MLB처럼 규격만 잘 지킨다면 '어뢰 배트'를 사용하는 게 문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A 구단 관계자는 "'어뢰 배트'가 들어오면 가뜩이나 어려운 투수들이 더욱 난처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