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이정후에게 피홈런 2개를 맞은 카를로스 로돈. [AP=연합뉴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왼손 저승사자'를 무너트렸다.
이정후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 원정 경기에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2홈런) 1볼넷 2득점 4타점 원맨쇼를 펼쳤다. 이정후의 활약을 앞세운 샌프란시스코는 경기 초반 0-3 열세를 뒤집고 5-4로 승리, 시즌 11승(4패)째를 챙겼다.
4회와 6회 때려낸 연타석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이날 1회 첫 타석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이정후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0-3으로 뒤진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양키스 왼손 선발 카를로스 로돈의 6구째 슬라이더를 공략, 비거리 406피트(123.7m) 대형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어 1-3으로 뒤진 6회 1사 1,2루에선 로돈의 커브를 다시 한번 잡아당겨 오른쪽 펜스를 넘겼다. 비거리 363피트(110.6m). MLB 데뷔 첫 한 경기 멀티 홈런이자 연타석 홈런. 볼카운트가 1볼-2스트라이크로 불리한 상황이었으나 실투성 변화구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양키스의 주력 선발 투수 중 하나인 카를로스 로돈. [AP=연합뉴스]
로돈으로선 자존심에 상처가 날 만한 '결과'였다. 메이저리그(MLB) 11년 차 베테랑인 로돈은 이정후를 만나기 전까지 시즌 왼손 타자 피안타율이 0.182(22타수 4피안타), 피안타가 모두 단타여서 피장타율도 0.182로 수준급이었다. 허용한 피홈런 3개는 모두 오른손 타자에게 내준 거였다.
통산 성적으로 기록을 확대해도 로돈의 왼손 타자 피안타율과 피장타율은 0.218과 0.331로 수준급. 그만큼 왼손 타자를 잘 막는 왼손 투수였으나 이정후 상대로는 달랐다. 특히 6회에는 이날 경기에서 유일하게 '왼손 타자 상대 커브'를 이정후에게 던졌는데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돼 고개를 숙였다. MLB닷컴은 '한 경기에서 로돈을 상대로 홈런 2방을 터트린 최초의 왼손 타자'라고 이정후의 활약을 조명했다.
14일(한국시간) 멀티 홈런을 터트린 이정후의 스윙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 지역 스포츠 매체 SNY는 '로돈은 5이닝 동안 순항했다. 이번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여 보였는데 6회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라고 전했다. 로돈은 "이정후는 좋은 타자다. 내 실수를 때려냈다. 정말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