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KT와 한국가스공사의 6강 PO 5차전. 한국가스공사 벨란겔과 KT 카굴랑안의 경합 장면. 사진=KBL
프로농구 수원 KT와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6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혈투를 5차전에서야 마무리했다. KT가 접전 끝에 2점 차로 한국가스공사를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리즈 내내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다시 한번 팬들의 머리 위에 의문부호를 띄웠다.
KT는 20일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2024~25 프로농구 6강 PO 5차전에서 78-76으로 이겼다. 1,4차전을 내줬던 KT는 2,3,5차전에서 한국가스공사를 꺾으며 4강 PO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 2.8초 전 허훈(12점)이 개인 돌파에 이은 중거리 뱅크슛으로 결승 득점을 터뜨렸다.
스코어는 대접전이었지만, 경기는 매우 산만했다. 특히 시리즈 내내 논란이 된 심판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주원인이었다.
5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판들은 여러 차례 선수, 감독들의 항의를 받느라 바빴다.
3쿼터 마지막에는 기묘한 장면이 나왔다. 한국가스공사가 리드를 잡은 뒤 9점 차로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쿼터 종료 1분 3초를 남기고 KT 조엘 카굴랑안이 한국가스공사 샘조세프 벨란겔에게 스틸당했다. 중계 화면으로 봤을 땐 카굴랑안이 몸싸움을 벌이다 균형을 잃고 공을 뒤로 흘렀다. 공이 하프라인 뒤로 넘어간 만큼, 카굴랑안이 다시 잡았다면 하프 코트 바이얼레이션(공격권을 가진 팀이 공을 잡고 하프라인을 넘어온 뒤 상대의 접촉이 없다면 다시 넘어갈 수 없는 규정)이었다.
이 장면을 두고 카굴랑안은 벨란겔이 공을 쳤다고 주장하며 공을 잡지 않았다. 반면 상황을 포착한 벨란겔은 스틸한 뒤 노마크 상태 레이업을 시도했다. 벨란겔이 애초 공을 터치한 적이 없기에, 이 장면은 카굴랑안의 턴오버, 벨란겔의 속공 득점이 돼야 했다. 그런데 심판들의 판정은 달랐다. 휘슬을 불었고, 논의 끝에 ‘카굴랑안 턴오버, 한국가스공사 공격권’으로 마무리됐다. 벨란겔의 2점은 지워졌다.
KBL 관계자에 따르면 “한 심판이 상황을 확실히 하기 위해 휘슬을 불었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 지켜본 심판이 ‘확실히 아니’라고 해서 재개했다”라고 설명했다.
중계 화면에도 잡혔지만, 벨란겔은 카굴랑안의 공을 터치하지도 못했다. 단순히 균형을 잃고 넘어진 뒤, 심판에게 항의했을 뿐이다. 이 판정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서 한 심판이 휘슬을 불었고, 한국가스공사의 2점이 사라졌다. 애매한 순간이라면 상황이 종료된 뒤 휘슬을 불어야 했지만, 오히려 너무 빠르게 불며 장면을 제대로 판정할 기회를 놓쳤다.
공격권을 잡은 한국가스공사는 직후 턴오버를 범했고, 쿼터 마지막 추격 3점슛까지 얻어맞았다. 4쿼터 마지막 순간에 동점을 만들었으나, 허훈의 결승 득점을 저지하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20일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KT와 한국가스공사의 6강 PO 5차전. 한국가스공사 벨란겔과 KT 카굴랑안의 경합 장면. 사진=KBL KT와 한국가스공사의 6강 PO에선 시리즈 내내 거친 몸싸움이 발생했다. 몸싸움에 더욱 관대해 진 올 시즌 판정 기조에 발맞춰 두 팀 모두 공격적인 수비를 택했다.
하지만 판정 기준이 오락가락했다. 경기 초반에는 작은 몸싸움에도 휘슬을 불어 일찌감치 선수들에게 개인 파울이 쌓였다. 반대로 접전이 될 후반에는 불려야 할 파울이 불리지 않거나, 장시간 비디오 판독을 거쳐야만 결과가 나오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KBL 경기본부는 일부 판정에 대해 ‘오심’임을 인정하며 더 나은 판정을 약속했다. 특히 2차전에서는 KT 허훈의 8초 바이얼레이션(공격권을 가진 팀이 8초 안에 프런트코트로 넘어가야 하는 규정)이 지적되지 않는 등 기초적인 실수가 나왔다.
하지만 논란은 잠들기는커녕 거세졌다. 3차전에서는 판정에 분노한 강혁 감독이 심판에게 거센 항의를 하다 더블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2쿼터 중반에 퇴장당했다. 강 감독은 “2차전 판정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았던 것 같다”며 에둘러 아쉬움을 드러냈다. 바로 다음날 열린 안양 정관장과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에선 김상식 정관장 감독이 항의하다 퇴장당하기도 했다. 올 시즌 전까지 역대 PO 경기 중 사령탑 퇴장은 단 3차례 있었는데, 이번에만 2차례 나왔다. 판정에 대한 불만이 치닫고 있는 증거다.
한편 접전 끝에 승리한 KT는 오는 23일 서울학생체육관에서 서울 SK와 4강 PO(5전 3승제) 1차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