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치는 돌격대장. 롯데 자이언츠가 윤동희(22)를 타선 리드오프(1번 타자)로 내세운 이유다.
롯데는 최근 악재가 생겼다. 저돌적이고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로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흔들던 황성빈이 지난 5일 부산 SSG 랜더스전 1회 말 타석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하고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왼쪽 약지 중수골 골절상을 입었다. 4~6주 정도 재활 치료가 필요할 전망이다.
황성빈은 지난 시즌(2024) 도루 51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3위에 올랐다. 5일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10도루를 기록하며 선두권을 지켰다.
황성빈은 콘택트와 주루 능력을 겸비한 '전형적' 리드오프였다.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 불렸던 정근우(은퇴), 이용규(키움 히어로즈)를 떠오르게 만든다.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과는 스타일이 다른 윤동희를 새 1번 타자로 내세웠다. 그는 올 시즌 주로 5번 타자로 나섰다.
윤동희는 데뷔 3년 차였던 2024시즌 홈런 14개를 기록했다. 2루타는 35개를 기록하며 전체 공동 5위에 올랐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 장타력이 좋아진 윤동희에게 상위 타선에서 만든 기회를 살리는 임무를 부여했다. 그러다가 황성빈이 빠진 뒤엔 타순 맨 앞으로 전진 배치했다.
특정 타순에 요구되는 전통적 기대치는 많이 사라졌다. '1번 타자의 가장 큰 임무는 출루'라는 식의 고정관념도 마찬가지다. 강한 2번, 강한 6번이라는 표현이 나온 지 오래다. 팀 상황과 내부 자원에 맞춰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변주를 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는 KT 위즈, 키움 히어로즈가 시범경기에서 강타자들을 앞으로 몰아넣었다. 2024 메이저리그(MLB) 챔피언 로스앤젤레스(LA)의 방식이기도 하다.
2024시즌 황성빈은 출루율 0.375를 기록했다. 윤동희는 0.376. 올 시즌 역시 황성빈은 0.375, 윤동희는 0.379로 큰 차이가 없다.
윤동희가 더 많은 출루에 연연해 자신의 타격 스타일을 바꿀 필요는 없다. 윤동희는 전형적인 '중·장거리' 타자다. 그러면서 발도 느리지 않다. 황성빈이 주로 단타를 친 뒤 도루로 2루까지 진루한다면, 윤동희는 황성빈보다는 많이 장타를 치며 단번에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갈 수 있다.
윤동희는 황성빈 이탈 뒤 열린 6일 SSG전에서 1번 타자로 나서 홈런 1개 포함 멀티히트(2안타)를 기록하며 롯데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7일 SSG 3연전 3차전 역시 1번 타자로 나서 3안타를 치며 6-2 승리에 기여했다.
윤동희는 1회 첫 타석부터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라는 인식을 줬다. 기존 황성빈과는 다른 배경으로 상대 배터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