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10주년 기념 잠수교 공연. 사진제공=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캐럿(팬덤명)으로서, 세븐틴이 10주년을 맞이하는 순간을 직접 볼 수 있을 줄이야.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아니었던 2015년, 세븐틴은 데뷔했습니다. 중소 기획사였던 시절이죠. ‘아낀다’로 데뷔한 그들은 ‘만세’, ‘예쁘다’, ‘아주 나이스’로 청량 3연타를 이어가긴 했지만 신인 사이에서 눈에 띄는 ‘라이징 스타’ 정도의 그룹이었습니다. 쇼파를 활용한 뮤지컬 같은 ‘예쁘다’의 특이한 안무 구성, 13명의 칼군무 정도가 눈길을 끌었죠.
그때만 해도 아이돌 그룹이 7년 버티는 것도 쉽지 않다고 여겨졌습니다. 꾸준히 앨범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인기 있는 아이돌’로 취급받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같은 소속사 선배들만 해도 결국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지 못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할 정도로 막다른 벽을 맞닥뜨렸죠. 그래서 그때만 해도 세븐틴이 ‘7년만 잘 버텨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세븐틴 ‘아이디얼 컷(IDEAL CUT)’ 콘서트. 하지만 세븐틴의 상승세는 매년 성장하는 공연장의 규모와 티켓팅의 난이도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17년 첫 번째 월드투어의 포문을 연 ‘다이아몬드 엣지(Diamond Edge)’ 콘서트부터 직접 티켓팅을 했는데, 그때만 해도 버튼을 대충 누르기만 해도 쉽게 자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매진이 되지 않았던 건지, 자리가 널널한 스탠딩 구역에 들어가서 비를 맞으며 야외에 거대하게 설치된 돌출 무대 앞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공연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2018년 ‘아이디얼 컷(IDEAL CUT)’ 콘서트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는데, 평일 공연을 할 당시에 3층 자리가 절반 정도 비워져 있었죠. 2019년 ‘오드 투 유(ODE TO YOU)’ 콘서트는 세븐틴이 서울 KSPO돔에 처음으로 입성한 공연이었고 빠르게 매진됐지만 티켓을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주변의 비캐럿인들은 “세븐틴은 대체 언제부터 인기가 있었던 거지?”라고 물어보곤 합니다. “코로나 끝난 후”라고 대답하곤 하는데, 사실 세븐틴은 천천히 성장한 그룹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긴 2년의 공백 속에서도 꾸준히 음악을 냈고, 성장해왔기에 한 번에 큰 폭의 성장을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죠.
세븐틴 일본 닛산스타디움 공연장. 사진출처=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년의 공백 끝에 돌아온 세븐틴은 2022년 고척돔에서 ‘비 더 썬(BE THE SUN)’, 2023년 동일한 장소에서 ‘팔로우(Follow)’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2024년에는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까지 진출했죠. 이 즈음부터 세븐틴 콘서트의 앞자리 티켓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세븐틴은 10년 전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스타디움 공연장을 꽉 채우는 아티스트가 됐습니다. 바로 1년 전, 9주년 당일에는 일본 현지 유명한 가수들도 채우기 힘들다는 일본 닛산스타디움에서 약 7만 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일본 팬들의 반응에 벅차오를 정도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 세븐틴의 커리어 하이다”라고 멋대로 짐작하고 나면, 그들은 보란 듯이 더 높은 목표로 향했고, 또 다른 커리어 하이를 이뤄냈습니다. 10주년을 맞이한 오늘의 세븐틴은 그렇습니다.
세븐틴 10주년 기념 잠수교 공연. 사진제공=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1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개최된 K팝 최초의 잠수교 공연. 공연 당일, 출근하는 길에 한남대교를 건너는 도중에 잠수교를 바라보면서 “대체 저기서 어떻게 무대를 해?”라고 생각했는데, 세븐틴은 결국 그 무대를 해내더라고요.
공연 시간이 20분 지연되고 자리를 찾지 못한 팬들의 항의도 있었지만, 무대가 시작되니 팬들의 불만 섞인 토로는 완전히 잊혔습니다. 무대 위에서 분위기를 휘어잡는 세븐틴을 보면서 10년 동안 왜 계속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잠수교 다리 위에 멀찍이 앉아 공연을 보면서 “세븐틴은 여전히 ‘최초’ 참 좋아하네”라는 생각도 스쳐 지나가기는 했지만, 그들이 성장해 온 원동력이 그 덕분이었을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세븐틴이라는 그룹의 이름과 팬덤명인 캐럿은 다이아몬드에서부터 비롯됐습니다. “이미 충분한 시간과 압력 모두 거쳤으니 잘 봐. I’m that Diamond”. 세븐틴의 데뷔 앨범 ‘17 CARAT’에 수록된 1번 트랙 ‘샤이닝 다이아몬드’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상상조차 되지 않았던 10년이라는 긴 시간과 수많은 압력을 거쳐 이제 세븐틴은 진정한 다이아몬드가 됐다고 자부합니다.
천천히 성장해 온 세븐틴의 10주년 생일 파티에 참석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6000명의 캐럿에게 파도타기를 시키면서 리더 에스쿱스 씨는 “돌아오는 건 20주년 때 해요”라고 말하더군요. 20주년, 역방향으로 돌아오는 파도타기의 물결에도 꼭 한자리 차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