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에서 제대한 박승규(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을 '육성 선수'로 시작했다. 상무에서 입은 허리 부상때문이었다. 웨이트 훈련 도중 다친 부상으로 제대 막판 반 년을 쉬었다. 실전에 돌아오기까지 재활 훈련으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박승규는 정식 선수가 아닌 등번호 세 자리의 육성 선수로 새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박승규는 등번호 다이어트를 했다. 5월 23일, 107번에서 66번이 박힌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 정식 선수로 등록이 된 것이다. 박승규는 그날 바로 1군에 등록됐다. 2022년 10월 8일 대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최종전 출전 이후 약 2년 반, 약 958일만에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오랜만의 라팍이라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다시 팬분들 앞에 그라운드에 설 수 있게 돼서 감격했구요. 팬들의 응원도 감동이었습니다. 경기에선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 크게 긴장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했던 것 같아요."
삼성 박승규. 삼성 제공
퓨처스(2군)리그 맹타가 그의 컴백을 이끌었다. 박승규는 퓨처스 26경기에서 타율 0.382(89타수 34안타) 5홈런 26타점 15득점 3도루로 펄펄 날았다. 출루율(0.450)과 장타율(0.618)을 합친 OPS는 1.068에 달했다. 당연하지만, 육성선수로 있기엔 아쉬운 실력이었다. 부상에서도 완전히 벗어나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반 년을 쉴 정도로 입은 큰 부상이었는데, 박승규는 어떻게 빨리 타격감을 회복할 수 있었을까. 박승규는 그 비결로 남다른 '재활 훈련'을 꼽았다. 그런데 운동만이 아니었다. 운동 만큼 집요하게 파고든 게 '책'이었다. 박승규는 재활 훈련 기간 자기 계발서부터 이미지 트레이닝, '뇌 과학'에 관한 책까지 두루두루 읽으며 지식을 쌓았다는 후문이다.
"허리를 다치고 나서 운동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죠. 무언가를 할 것을 찾아야 했고, 의미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독서였어요. 이미지 트레이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멘털에 관련된 여러 책을 읽었죠." *박승규가 당시 읽은 책은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한 '챔피언의 마인드'와 일의 우선순위를 강조한 '원 씽' 등이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구체적이었다. 박승규는 상무에서 뛰던 2023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승선한 바 있다. 이 대회에서 박승규는 일본 투수들과 상대할 기회를 얻었는데, 당시의 승부 상황을 돌아보거나, 미국 메이저리그(MLB) 선수들과의 승부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그라운드에 다시 설 날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많은 분이 2020년 라팍 외야에서의 다이빙 캐치를 기억해주세요. *당시 우익수로 출전한 박승규는 박동원의 안타성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다이빙 캐치로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이것도 제겐 좋은 기억이자 이미지 트레이닝의 대상이기도 해요. 다만 수비보단 타석에서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더 많이 하려고 해요. 좋은 활약을 펼쳤던 상황이나 풍경이랄까요. 그때를 많이 회상하는 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라팍, 박승규는 감격에 젖을 여유도 없이 곧바로 험난한 주전 경쟁과 마주해야 했다. 입대 전과는 삼성의 외야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김성윤, 이성규, 윤정빈 등, 박승규로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삼성 박승규. 삼성 제공
하지만 박승규는 환하게 웃었다. "2군에서 함께 뛰었던 형들인데, 오래 전부터 항상, 모두 정말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포지션 경쟁 심리보단 형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는 게 기분이 좋아요. 저는 제게 주어진 임무만 잘하면 됩니다. 그러면 성적도 잘 따라오지 않을까요. 일단 올해는, 그저 최대한 팀의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안 아프고 계속 1군에 남아서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앞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에필로그
끝으로 박승규는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제 최종 목표는, 제 플레이로 인해서 누군가가 희망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아 저런 선수도 저렇게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꼭 경쟁이 아니더라도, 이런 생각이 제게 하나의 원동력과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