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데뷔전에서 승리한 유주상. 사진=UFC ‘좀비 주니어’ 유주상(31)이 UFC 데뷔전을 코너 맥그리거를 연상케 하는 28초 카운터 펀치 KO로 장식했다.
UFC 페더급(65.8kg) 파이터 유주상(9승)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프루덴셜 센터에서 열린 ‘UFC 316: 드발리쉬빌리 vs 오말리 2’ 언더카드에서 백스텝으로 제카 사라기(30∙인도네시아)의 오른손 펀치를 피한 뒤 왼손 체크훅으로 KO시켰다. 사라기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역대급으로 센세이셔널한 데뷔전이었다. 2015년 코너 맥그리거가 당시 페더급 챔피언인 조제 알도를 쓰러뜨린 카운터 펀치 KO를 떠올리게 했다. UFC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라온 유주상의 세리머니 장면에는 하루 만에 11만 개가 넘는 좋아요와 27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UFC 스카우트 프로그램 ‘루킹 포 어 파이트’를 통해 유주상을 직접 선택한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유주상을 영입해서 기쁘다”고 칭찬했다.
빅 리그 데뷔전임에도 유주상은 침착했다. 시작하자마자 뒤돌려차기로 포문을 연 유주상은 사라기의 오른손 펀치를 백스텝으로 피하며 거리를 잡았다. ROAD TO UFC 시즌 1 라이트급 토너먼트 준우승자 사라기(14승 5패)는 우슈 산타 챔피언 출신타격가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유주상은 두 번 사라기의 오른손 펀치를 피해보고 세 번째에는 간결한 왼손 체크훅으로 사라기를 쓰러뜨렸다. 사라기 커리어 최초 KO패였다.
UFC 데뷔전에서 승리한 유주상. 사진=UFC 유주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체크훅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UFC 챔피언이 돼 챔피언 벨트를 정찬성에게 가져다주겠다”며 은인 ‘코리안 좀비’ 정찬성 ZFN 대표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레전드 선수인 정찬성의 요청을 받아들여 ZFN 02 대회를 대상으로 ‘루킹 포 어 파이트’를 진행해 유주상이 UFC에 진출할 수 있었다. 감사의 의미로 닉네임도 ‘좀비 주니어’로 지었다.
이제 유주상만의 길을 만들어간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많은 기자들은 전 UFC 페더급-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와 그를 비교했다. 페더급 시절의 코너 맥그리거는 유주상이 존경하는 롤모델이다. 맥그리거의 체육관인 SBG 아일랜드에 직접 가서 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주상은 이번 피니시는 “그냥 유주상 그 잡채(자체)”였다며 맥그리거도, 정찬성도 아닌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을 천명했다.
유주상은 다음 상대에 대한 질문에 “아직 내가 누구를 지목할 정도는 아니”라며 “2승 정도 더 하고 톱15 안에 진입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다음 경기 시점에 대해서는 “팬들이 기다린다면 빠르게 하겠다”고 답했다.
유주상은 이번 KO승으로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 5만 달러(약 6777만원)를 추가로 받았다. UFC는 한 대회에서 멋진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 4명을 선정해 보너스를 준다.
메랍 드발리쉬빌리. 사진=UFC 메인 이벤트에선 UFC 밴텀급 챔피언 ‘머신’ 메랍 드발리쉬빌리(34∙조지아)가 타이틀 2차 방어에 성공하며 13연승을 질주했다.
드발리쉬빌리(20승 4패)는 전 챔피언 ‘슈가’ 션 오말리(30∙미국)를 시종일관 압박하다 3라운드 4분 42초에 닌자 초크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오말리는 지난 1년간 금욕생활을 하며 그래플링 맹훈련을 받았지만 ‘머신’을 막을 순 없었다.
지난해 1차전에서 오말리를 파악한 드발리쉬빌리는 탐색전 없이 곧장 압박을 걸었다. 오말리는 1차전에 비해 테이크다운을 잘 방어해냈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드발리쉬빌리의 체인 레슬링에 끝내 무너졌다.
결국 드발리쉬빌리는 3라운드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오말리의 목을 잡아 초크로 경기를 끝냈다. 그는 그대로 옥타곤을 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기념촬영도 잊지 않았다.
드발리쉬빌리는 “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하지만 나아가야 할 목표와 방향을 알기 때문에 그건 중요치 않았다”며 “꿈을 믿으면 모든 게 가능하다”고 타이틀 2차 방어 소감을 전했다.
다음 상대로는 랭킹 4위 코리 샌드헤이건(33∙미국)을 원한다. 그는 현재 드발리쉬빌리가 싸워보지 않은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다. 드발리쉬빌리는 관중석에 있던 샌드헤이건을 향해 “네가 바로 다음 상대”라고 외치며 “샌드헤이건이 가장 자격이 있다. 정말 좋은 녀석이고, 유머 감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케일라 해리슨. 사진=UFC 코메인 이벤트에선 올림픽 유도 2회 금메달리스트 케일라 해리슨(34∙미국)이 종합격투기(MMA) 세계 최고 단체인 UFC까지 정복했다. 해리슨(19승 1패)은 줄리아나 페냐(35∙미국)를 2라운드 4분 55초 기무라 서브미션으로 꺾고 UFC 여성 밴텀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유도 여제다운 그라운드 실력이었다. 해리슨은 1라운드 페냐를 철창까지 압박한 후 클린치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해리슨은 그라운드 앤 파운드를 구사하며 라운드 절반인 2분 30초가량을 컨트롤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페냐는 위기를 모면하려다 반친 업킥으로 1점 감점을 받았다.
서브미션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해리슨은 2라운드에도 철창에서 클린치로 페냐를 넘어뜨렸다. 해리슨은 암트라이앵글 초크로 피니시를 노리다가 팔을 꺾는 기무라로 전환해 페냐의 항복을 받아냈다.
약물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자매의 두 자녀를 입양한 싱글맘 해리슨은 전 세계의 싱글맘들에게 UFC 챔피언 벨트를 바쳤다. 그는 “오늘 승리는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모든 어머니들, 특히 싱글맘들에게 승리를 바친다”고 말했다.
진짜는 지금부터다. 여성 MM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GOAT) 아만다 누네스(37∙브라질)가 은퇴 후 2년 만에 돌아온다. 누네스는 전 UFC 여성 밴텀급-페더급 챔피언으로 타이틀전 11승 기록을 갖고 있다. 해리슨과 누가 진정 여성 격투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인지를 가린다.
해리슨은 관중석에 있던 누네스를 향해 “아만다, 네가 보인다. 당장 옥타곤에 올라와라”라고 소리쳤다. 옥타곤에 올라온 해리슨의 전 아메리칸탑팀(ATT) 팀메이트 누네스는 해리슨과 악수를 나눴다. 누네스는 “복귀 확정”이라며 “우린 언젠가 싸우게 될 걸 알고 있었다”고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누네스는 주먹을 쥐고, 해리슨은 뒷짐을 진 채로 옥타곤 중앙에서 서로를 노려보며 UFC 여성부 역사상 가장 큰 대진의 성사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