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일본 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 구단의 홈구장인 에스콘필드를 다녀왔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히로시마 됴오 카프를 상대한 닛폰햄의 홈 6연전을 '직관'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야구 교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2023년 개장한 에스콘필드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장을 일본 홋카이도로 옮겨온 수준이었다. 그만큼 시설과 운영 모두 MLB 구장과 비교해도 손색없었다. 필자가 NPB 경기를 관전한 건 닛폰햄이 우승을 차지한 2006년 일본시리즈 3~5차전이 열린 삿포로돔 이후 19년 만. 당시 닛폰햄은 2004년 도쿄에서 야구 불모지인 홋카이도로 연고지를 이전한 상태였다. 당시 이 팀은 트레이 힐만 감독, 신조 쓰요시, 모리모토 히초리 등 사령탑과 선수를 가리지 않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야구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추진하는 밑바탕이 됐다. 이후 필자는 수차례 닛폰햄 구단을 방문, 관계자와 교류했다.
닛폰햄은 NPB의 대표적인 '지한 구단'이다. 매년 한국과 한국 야구를 배우려고 구단 직원을 파견하는데 올해도 한화 이글스의 신축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올 시즌을 앞두고 국내 구단 출신 직원을 경력으로 채용, 세간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7월에 열린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은퇴 선수들의 맞대결인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이 열린 곳도 바로 에스콘필드. 닛폰햄은 이 이벤트 매치를 주도적으로 성사한 NPB 구단이고 올해 2회 대회를 준비 중이다. 개별 구단이 이런 대형 행사를 추진하고 성사한다는 건 십수 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와 교류하며 쌓은 남다른 노하우와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지난해 7월 21일 일본 홋카이도 에스콘필드에서 열린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 훈련. 김인식 감독과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홋카이도(일본)=사진공동취재단/2024.07.21/
한일 프로야구단의 교류를 언급할 때 모범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건 LG 트윈스와 NPB 주니치 드래건스의 자매결연이다. LG의 전신인 MBC 청룡 때부터 인연이 시작됐는데 양 구단은 지금까지도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LG는 주니치로부터 선진 야구를 배울 수 있었고, 주니치는 LG의 도움으로 과거 선동열과 이상훈 등을 영입했다.
한일 프로야구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사람'이다. 선수와 코치, 직원 교류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그만큼 인적 네트워크가 튼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는 내년부터 아시아쿼터가 운영될 예정이어서 일본 독립리그 소속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무국과 구단 차원에서 좀 더 높은 수준의 인적 교류가 이뤄지면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최근 명맥이 끊긴 KBO리그 소속 선수의 NPB 진출도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
KBO리그는 지난해 1000만 관중 동원이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관중 동원 추이가 더 가파르다. 엄청난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우물 안에 머물지 말고, 선진야구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한국인 직원까지 채용한 닛폰햄의 적극성을 주목해야 한다. NPB 인기 구단에 머물지 않고 '지한 구단'으로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는 그들이 KBO리그 구단에 전하는 메시지를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