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삼성과 KT 경기. 삼성 구자욱이 4회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로 출루한뒤 후속 디아즈의 2루땅볼때 야수선택으로 3루에 진루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7.27.
"필사즉생(죽고자 하면 산다)의 마음으로."땅볼 타구가 2루수 앞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2루 주자는 멈추지 않았다. 타구 소리에 2루로 귀루하려던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은 땅볼 타구를 보고는 다시 경로를 틀어 3루로 전력질주했다.
이 악물고 달린 구자욱은 3루 베이스 앞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고, 2루수의 송구보다 더 빨리 3루에 도착, 1사 2루를 무사 1, 3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구자욱의 슬라이딩은 이날 삼성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듯했다.
27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삼성과 KT 경기. 삼성 구자욱이 8회 1타점 2루타를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7.27.
삼성은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3-4로 패했다. 9회까지 3-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경기 막판 불펜이 흔들리면서 역전패를 당했다.
패배 속에서도 빛난 건 있었다. 베테랑들의 허슬 플레이였다.
0-0으로 팽팽하던 4회, 선두타자로 나서 2루타를 때려낸 구자욱은 르윈 디아즈의 2루수 앞 땅볼 때 3루를 훔쳤다. 평범한 땅볼이라 엄두도 내지 못했을 진루였지만, 구자욱은 이 악물고 달려 성공시켰다.
무사 1, 3루 기회를 만든 구자욱은 후속타자 전병우의 2루수 앞 땅볼 때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올렸다.
27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삼성과 KT 경기. 삼성 구자욱이 4회 디아즈의 2루땅볼때 야수선택으로 3루에 진루하고난뒤 기뻐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7.27.
이후 강민호와 이재현이 우익수 뜬공과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삼성의 추가 득점은 없었다.
만약 구자욱이 앞선 상황에서 달리지 않았다면, 득점 없이 2루에 머문 채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구자욱의 번뜩이는 재치로 선취점을 올렸다.
구자욱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뛰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구자욱은 "(후반기) 훈련할 때부터 선수들끼리 마음가짐을 많이 바꾸자고 이야기했다. '필생즉사, 필사즉생'이라고 하지 않나. '우리 진짜 하루하루 죽을 힘을 다해서 하자'고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구자욱은 이날 솔선수범의 행동으로 약속을 지켰다.
27일 오후 수원 KT위즈파 성공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삼성과 KT 경기. 삼성 포수 강민호가 9회 KT 황재균의 파울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7.27.
이후 구자욱은 8회 2사 2루에서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쐐기점을 추가했다.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만점 활약을 펼쳤다.
9회엔 강민호가 빛났다. 9회 초 솔로포를 때려낸 강민호는 9회 말엔 선두타자 황재균의 포수 뒤 뜬공을 몸을 날려 잡아내면서 승기를 가져오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불펜 마운드가 흔들리면서 1아웃 이후 4실점했다. 베테랑들의 허슬플레이가 아쉽게 빛이 바랜 순간이었다.
윤승재 기자 yogiyo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