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31·SSG 랜더스)가 안정적인 활약을 이어가면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승선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장에선 "선수의 선택만 남은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화이트는 지난 20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최고 155㎞/h 강속구에 커브와 변형 슬라이더인 스위퍼를 섞어 큰 위기 없이 7이닝(2실점)을 책임졌다. 지난해 11월 영입 당시 '현역 빅리거'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는데 데뷔 첫 시즌 두 자릿수 승리로 부응했다. 평균자책점도 다시 2점대(2.98)로 낮췄다. 세부 지표인 피안타율(0.221)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1.16)도 수준급이다.
20일 인천 두산전에서 투구하는 미치 화이트. SSG 제공
화이트의 KBO리그 연착륙과 맞물리는 건 WBC 대표팀이다. 내년 3월에 열리는 야구 국가대항전인 WBC는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대회로 올림픽·아시안게임과 달리 현역 빅리거가 총출동한다. 선수 자신의 국적뿐 아니라 부모 국적의 대표팀에서도 뛸 수 있기 때문에 지난 대회에선 어머니가 한국 출신 이민자인 내야수 토미 에드먼(LA 다저스)이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화이트의 어머니도 미국 이민 2세인 한국계 미국인이어서 대회 출전에 문제가 없다.
이달 초 MLB에서 뛰는 한국계 선수를 만나러 출국한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은 화이트에 대해 "당연히 후보군에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현재 투수 데인 더닝(애틀랜타 브레이브스)과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외야수 롭 레프스나이더(보스턴 레드삭스)등 미국에서 활약 중인 2세 선수들을 전방위적으로 체크하고 있다.
20일 인천 두산전에서 포수 조형우와 포옹하는 미치 화이트. SSG 제공
한국 야구는 2009 WBC 준우승 이후 2013, 2017, 2023년까지 3회 연속 WBC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반면 일본이 지난 대회 미국을 꺾고 통산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묘한 대비를 이뤘다.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최고의 선수로 엔트리를 꾸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대표팀의 선발은 일부 선수들의 노쇠화가 맞물려 에이스로 내세울 만한 자원이 유독 부족한 상황. 화이트를 향한 시선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화이트는 SSG와 계약 당시 "어머니의 나라에서 꼭 한 번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그만큼 한국에서 야구할 수 있게 되어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태극마크는 다른 의미일까. 그는 20일 두산전을 마친 뒤 "일단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우선이다. 잘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가서 몸 관리에 집중하겠다"라며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