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삼성은 다 잡은 승리를 놓칠 뻔했다. 선발 아리엘 후라도가 7이닝 무실점으로 2-0 리드를 만들었지만, 8회 초 불펜이 흔들리면서 2-2 동점을 허용했다. 무사 3루 역전 위기를 이호성과 배찬승이 실점 없이 막아내며 역전은 피했다.
추가 득점이 절실할 때, 디아즈의 방망이가 번뜩였다. 구자욱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8회 말 2사 1루에서 SSG 필승조 이로운의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월 2점포를 터뜨렸다. 삼성은 이재현의 백투백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5-2로 승리한 삼성은 시리즈 전적을 3승 1패로 만들어 정규시즌 3위 SSG를 제치고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 진출했다.
디아즈는 올 시즌 홈런왕이다. 올 시즌 50개의 아치를 그리며 2015년 박병호(당시 넥센 히어로즈·53개) 이후 10년 만에 50홈런 고지를 밟은 선수가 됐다. 여기에 KBO리그 역대 최다인 158타점을 쓸어 담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다소 주춤했다.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WC) 2경기에서 침묵한 디아즈는 인천에서 열린 준PO 1·2차전에서 안타를 4개 때려냈지만, 승부의 흐름을 바꿀 홈런은 터뜨리지 못했다. 대구로 돌아와서도 4차전 7회까지 침묵했다. 그러나 8회 마지막 타석에서 화려한 축포를 터뜨렸다.
삼성 디아즈. 삼성 제공
디아즈는 이 홈런 한 방 덕분에 준PO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원태인과 최원태 등 시리즈에서 호투한 투수들에게 표가 돌아가려는 찰나, 디아즈가 결정적인 홈런으로 시리즈 승리를 이끌며 표를 흡수했다. 시리즈 성적은 4경기 타율 0.375(16타수 6안타) 1홈런 6타점.
이제 디아즈는 한화가 기다리고 있는 대전으로 향한다. 디아즈는 올 시즌 한화를 상대로 타율 0.277, 18안타, 6홈런, 18타점을 기록했다. 이 중 3개의 홈런과 10타점을 대전에서 때려냈다. 지난 7월 대전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우승하며 좋은 기억을 만들기도 있다.
PO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들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타격 3관왕(홈런·장타율·타점) 디아즈가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점·승률·탈삼진) 코디 폰세를 직격할 기회다. 디아즈는 "한화 투수진 모두가 까다롭지만, 한 명만 고른다면 역시 폰세가 어렵다"라며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삼성 디아즈-한화 폰세. 구단 제공
정규시즌 MVP 욕심에 대해 디아즈는 "솔직히 받고 싶다"라며 "그동안 MVP 생각을 한 번도 안 했지만, 후반기 들어 (홈런과 타점) 기록 세우면서 (수상)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타자로서 할 수 있는 것 다 했다. MVP를 꼭 받고 싶다"라고 말했다. 강력한 경쟁자 폰세를 넘어 MVP의 자질을 증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