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2025'의 SK하이닉스 부스에 몰린 방문객들. 연합뉴스 “연봉을 성과급으로 한 번 더 받을 수 있다는데 선호할 수밖에 없죠.”
직장인과 대학생, 수험생까지 ‘일하고 싶은 기업’의 기준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이런 기조에 따라 기업들도 젠지(1990년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잡기 위해 성과급 체계를 바꾸는 추세다.
연봉만큼 주는 성과급에 환호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상 체계에 변화를 주며 화끈하게 성과급을 쏘는 SK하이닉스가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대학생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를 차지했다.
취업 정보 사이트인 인크루트가 최근 구직 중인 전국 대학생 1176명을 대상으로 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 SK하이닉스가 응답률 7.1%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2004년 이후 매년 실시된 조사에서 SK하이닉스는 2024년 순위에서 8계단이나 상승하며 첫 1위에 등극했다.
보상 체계를 중시하는 젠지 세대인 만큼 SK하이닉스를 선택한 이유를 ‘만족스러운 급여와 보상 제도’로 꼽았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임직원들에게 올해도 시원하게 ‘돈 보따리’를 풀었다. 올해 노사 합의로 성과급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1인당 1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 9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3분기에는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가 전망되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시장의 시그널 등으로 SK하이닉스는 기존 성과급 체계인 ‘기본급 최대 1000%’ 제한을 풀었다. 올해 노사 합의로 상한선을 없앤 SK하이닉스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어마어마한 성과급 덕분에 SK하이닉스는 대학생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등 ‘신의 직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올해 대학 입시 수시 모집에서도 SK하이닉스의 계약학과는 의과대학보다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SK하이닉스 취업과 관련된 학과는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3곳이다. 이들 3개 학과의 수시 모집 경쟁률은 모두 30대 1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였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봉만큼 성과급이 나오다 보니 대출금 상환과 내집 마련 등에서 여유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젠지 잡으려면 보상 체계 변화 필수
다른 기업들에서도 보상 체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우선 인크루트의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지키다 2계단 떨어진 삼성전자부터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기존의 1년 단기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도로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를 신설했다. 미래 중장기 성과 창출에 대한 임직원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다. PSU는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임직원 보상 규모가 비례해서 커지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사원·대리급 CL 1~2 직원에게는 200주, 과장·차장·부장급 CL 3~4 직원에게 300주씩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3년 뒤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지급주식 수량을 확정해 2028년부터 3년간 균등 분할 지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만약 2028년 10월까지 지금 주가의 2배가 된다고 가정하면 CL 3~4급 직원들은 600주를 받게 되는데 규모가 1억원을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신설한 PSU 제도는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활용하는 성과급제로 우수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한 유인책이다. 삼성전자 노조 연대는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 10% 성과급 분배’ 등 투명한 보상 체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단 PSU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계산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준생들이 회사를 선택하는 최우선적인 기준이 ‘임금 수준’으로 51.5%나 차지했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박수치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