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키노트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AI는 스케일이 아닌 효율의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행사에는 온·오프라인에서 3만5000여 명이 몰렸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AI 서비스를 넘어 AI 인프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AIDC)는 매년 24%의 연평균 성장률을 자랑하며 올해 6000억 달러(약 860조원) 규모로 몸집을 키울 전망이다.
오픈AI는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가동했다. 메타는 오는 2028년까지 6000억 달러를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에 쏟기로 했다.
최 회장은 이런 규모의 경쟁이 AI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AI 효율을 끌어올리는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스케일만 갖고 싸우면 너무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비효율이라는 문제가 뒤따른다"며 "리소스가 적은 나라도 AI의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룹의 핵심 동력인 차세대 메모리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다진다. 오픈AI는 SK하이닉스에 월 90만장의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공급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개인이 고도로 발달된 AI 비서를 보유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인류가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규모의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AI 인프라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캐파(생산 능력)를 확대하고 기술을 지속 고도화한다. 청주에는 계획에 없던 HBM 생산 공장을 지어 내년 가동 예정이며, 2027년에는 청주 팹(공장) 24개가 동시에 들어가는 규모의 용인 클러스터를 오픈한다.
최 회장은 "초고용량 메모리 칩과 저렴하면서 저장 능력이 뛰어난 낸드로 돌파구를 찾아낼 것"이라며 "기술력은 증명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더는 개발 속도를 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정재헌 SK텔레콤 신임 CEO가 AI 인프라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에는 SK텔레콤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정재헌 CEO가 처음 강단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정 신임 CEO는 "AI 강국 도약에 기여하는 국가대표 AI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수도권과 경남, 서남권을 잇는 AIDC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동북아 최대 AI 허브를 목표로 건설하는 울산 AIDC는 총 1GW 이상 규모로 확장한다. 지난 10월 SK그룹은 오픈AI와 서남권 지역 AIDC 설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정 CEO는 "울산 AIDC 공개 이후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SK텔레콤의 AIDC 개발 역량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대한민국이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