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시아(왼쪽)과 문가영 / 사진=일간스포츠 DB
12월 극장가에 모처럼 로맨스 훈풍이 예고됐다. 그 중심에 선 이는 배우 신시아와 문가영으로, 멜로 여주인공의 내외적 조건을 모두 갖춘 이들이 손예진, 수지를 잇는 ‘국민 첫사랑’ 타이틀까지 따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시아는 오는 24일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를 선보인다. 이어 일주일 뒤인 31일에는 문가영이 신작 ‘만약에 우리’를 극장에 내건다. 두 사람 모두 첫 멜로 영화로, 신시아는 연기 변신을, 문가영은 플랫폼 확장이란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오세이사’ 신시아, 강렬함 지우고 청순 입었다
‘오세이사’는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을 모두 잃는 소녀와 그런 소녀의 기억을 매일 같이 채워주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순정물이다. 전 세계 130만부 이상 판매된 이치조 미사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지난 2022년 일본 영화로 제작돼 국내에서 121만명의 관객을 만났다.
극중 신시아는 주인공 한서윤으로 분해 추영우와 호흡을 맞췄다. 한서윤은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아 매일 기억을 잃지만, 긍정적인 에너지만큼은 잃지 않고 매 순간을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일본 영화에서는 후쿠모토 리코가 연기한 캐릭터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다.
신시아가 멜로물 여주인공으로 나서는 건 데뷔 이래 처음이다. 2022년 영화 ‘마녀(魔女) 파트2. 디 아더 원’으로 데뷔한 신시아는 특별 출연한 ‘파과’로 액션 배우의 행보를 이어갔다. 이들 작품에서 신시아는 외형에서 오는 여린 면모를 역이용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최근작인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한 차례 연기 변신을 꾀했지만, 이 역시 엉뚱하고 발랄한 MZ세대의 표본으로, 첫사랑 이미지와는 간극이 컸다.
반면 이번 ‘오세이사’에서는 그간 보여준 적 없는 청순, 처연 등의 면모를 부각, 첫사랑의 전형을 그려낸다. 다만 여느 멜로물의 여주인공처럼 단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신시아는 데뷔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탄탄한 연기력으로, 사라진 기억에 혼란스러워하는 서윤의 감정 굴곡을 디테일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위)와 ‘만약에 우리’ 스틸 /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쇼박스 제공◇‘만약에 우리’ 문가영, 드라마 매력 스크린으로 넓혔다
문가영 주연의 ‘만약에 우리’ 역시 ‘오세이사’와 동일하게 원작 베이스 작품으로, 정백연, 주동우 주연의 중국 영화 ‘먼훗날 우리’에서 출발했다. 한국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한 영화는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와 정원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기억의 흔적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가영은 이 작품에서 정원을 연기, 은호 역의 구교환과 사랑을 나눈다. 정원은 팍팍한 서울살이 속, 원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선택이 먼저인 인물로, 은호를 만나며 비로소 건축사라는 자신의 꿈을 찾게 된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쌓인 사소한 오해로 결국 이별을 맞이한 두 사람은 기억에서 서로가 흐릿해질 때쯤 재회하게 된다.
신시아가 멜로 영화로 이미지 변신을 노린 쪽이라면, 문가영의 선택은 특화된 장르를 스크린으로 확장시키는 쪽이다. ‘만약에 우리’는 문가영의 첫 상업영화다. 그간 드라마 ‘여신강림’, ‘사랑의 이해’, ‘그놈은 흑염룡’ 등 다양한 장르 베이스의 멜로물에서 활약해 온 그는 자신의 전문 분야로 영화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문가영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담긴 이 작품에서 만남과 이별, 재회의 과정을 차례로 통과하며 다채로운 감정선을 쌓아갈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김도영 감독은 ‘사랑의 이해’를 통해 문가영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 흥미를 느꼈다며 “문가영은 상대의 감정과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섬세한 수용력을 가진 배우”라고 평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신시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캐릭터를 이해하는 능력이나 반응이 굉장히 좋은 배우다. 누군가가 감정의 자극을 주면 그걸 받아서 반응해 내는 데 천부적 재능이 있다. 문가영은 몰입도가 좋은 배우 중 한 명으로, 감정의 결이 굉장히 섬세하다. 특히 ‘사랑의 이해’에서 보여준 연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두 배우 모두 감정의 결을 미세하게 구분해서 보여주는 데 능한 만큼 영화가 관객의 선택을 받는다면, 좋은 평가 속 ‘멜로 퀸’ 자리도 노려봄직하다. 다만 영화라는 매체는 압축적이고도 정제된 스토리를 취한다. 결국 두 작품이 그 속에서 또 다른 차별화를 보여줄 스토리를 만들 수가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