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해진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8.10/
배우 박해일이 ‘암살자(들)’로 4년 만의 스크린 컴백을 알렸다. 박해일은 특유의 담백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으며 영화가 품은 질문을 건넨다. 영화를 보는 동안 시선을 붙드는 것도, 영화가 끝난 뒤 기억에 남는 것도 박해일의 얼굴이다.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진실을 추적하는 자, 알리려는 자, 파헤치는 자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흩어진 정황과 증언을 하나씩 맞춰가는 구조로 전개된다.
극중 박해일은 ‘진실을 알리려는 자’ 재환을 연기했다.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으로, 모두가 사건을 서둘러 결론지으려 할 때, 이면에 숨겨진 모순된 정황을 파고드는 인물이다. 재환은 베테랑 기자 특유의 통찰력과 취재 감각으로 흩어진 단서 사이의 연결고리를 집요하게 좇으며, 베일에 싸인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암살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중반부를 지나면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미스터리에서, 무엇을 진실로 기록하고 어떻게 세상에 알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무게중심을 옮긴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재환의 비중이 커지면서, 박해일 역시 영화의 시선을 받아내는 메인 화자로 올라선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한결같이 절제돼 있다. 박해일은 목소리를 높이거나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대사의 결을 정확히 짚고, 짧은 표정의 변화와 시선만으로 재환이 짊어진 무게를 드러낸다. 감정을 크게 부풀려 설명하지 않고, 인물이 놓인 상황과 그에 따른 행동을 차분하게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이는 박해일이 오랫동안 견지해 온 연기의 미덕이기도 하다.
‘암살자(들)’ 스틸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특히 그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은 직선적인 메시지가 전면에 놓일 때다. 대표적인 장면이 자유언론실천선언 시퀀스다. 박해일은 이 장면에서도 감정을 과도하게 끌어올리지 않는다. 건조한 호흡과 절제된 표정으로, 재환이 품은 신념을 드러낸다. 말의 내용에만 힘을 싣기보다 그 말을 꺼내기까지 재환이 지나온 시간과 감내해야 할 책임을 함께 보여준다. 덕분에 재환의 신념은 관념적인 언어에 머물지 않고, 묵묵히 진실을 좇아온 한 사람의 선택으로 구체화된다.
함께 연기한 동료들 역시 박해일의 이러한 힘을 높이 평가했다. 사회부 신입 기자 영일을 연기한 이민호는 박해일을 “인간 오디오북”으로 정의하며 “이야기를 담백하게 전달하는 데 최적화된 배우라고 생각했다. 왜 박해일 선배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작품의 중심을 잡는 배우로 일할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존경하는 선배”라고 치켜세웠다.
영화 ‘이끼’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유해진은 박해일의 눈빛과 특유의 에너지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이끼’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눈빛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면서 “박해일은 ‘팽이’ 같은 배우다. 팽이가 힘을 받으면 꼿꼿하게 가지 않나. 그러다 벽에 부딪히면 튀어 가면서도 힘을 받아서 돈다. 그 꼿꼿함과 에너지가 박해일과 닮았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