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이 국내 극장가 흥행 복병으로 떠올랐다. 귀여운 캐릭터와 반전 스토리로 입소문을 타며 쟁쟁한 한국영화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이하 ‘치이카와’)은 개봉 첫 주말(10월 2일~4일) 40만 5978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정상을 지킨 ‘암살자(들)’과의 격차는 불과 6034명으로, 실시간 예매율은 25%를 웃돌며 전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치이카와’는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가 연재한 컷툰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なんか小さくてかわいいやつ)의 줄임말로, 국내에서는 ‘먼작귀’로 불린다. 애니메이션은 2022년 숏폼으로 제작·방영된 뒤 팬층을 넓혔고,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극장판으로 확장됐다. 장편 에피소드 ‘세이렌 편’을 옮긴 영화는 달콤한 유혹에 이끌려 미지의 인어섬으로 떠난 치이카와 일행이 섬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미 일본에서는 지난 7월 개봉해 누적 1155만명, 168억엔(1433억원)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스틸 / 사진=CJ ENM 제공
여느 애니메이션처럼 ‘치이카와’ 흥행에는 캐릭터의 힘이 컸다. 여리고 겁 많은 햄스터 치이카와, 호기롭고 대범한 고양이 하치와레, 엉뚱하고 종잡을 수 없는 토끼 우사기 등 주요 캐릭터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젊은 세대를 흡수하며 빠르게 팬덤을 구축했다. 특히 짧고 직관적인 이미지가 빠르게 공유되는 소셜미디어(SNS) 시대의 소비 방식과 맞아떨어지며 작품의 확산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강력한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일상적인 영역으로 확장한 머천다이징 역시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팝업 매장에 밤샘 대기 행렬이 등장한 데 이어, 극장별 한정판 굿즈를 증정하는 예매는 매 회차 매진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굿즈를 확보하려는 오픈런과 웃돈이 붙은 매물까지 나왔다.
물론 ‘치이카와’의 저력은 캐릭터의 귀여움에 머물지 않는다. 일용직으로 생계를 잇고 더 많은 보상을 좇아 괴물 토벌에 나서는 모습 등 작품 곳곳에는 잔혹한 생존의 풍경이 담겼다. 팍팍한 현실을 견디는 청춘들의 자화상을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설정들은 공감과 울림을 더하며 극장가 주요 고객층인 2030대 여성 관객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실제 CGV 연령별 예매 분포에 따르면 ‘치이카와’를 본 20대와 30대는 각각 47%, 21%으로, 전체 약 70%에 달한다. 남녀 성비는 27% 대 73%다.
블룸버그는 “‘치이카와’가 동아시아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영화는 Z세대가 좋아할 법한 따뜻하고 평범한 일상물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어두운 세계가 숨어 있다. 캐릭터들은 생계를 위해 퀘스트를 수행하고 괴물과 싸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캐릭터들이 오늘날 긱 이코노미 세대가 겪는 불안정한 삶과 어려움을 담아낸 것이 인기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