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강철 마운드' 위에 '마법의 방망이' 팀 컬러를 더 얹었다. 올 시즌 KT는 KBO리그를 호령하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뽐내며 2021년 창단 첫 통합 우승 이후 5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T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9-0으로 승리했다. 같은 날 2위 삼성 라이온즈가 패하면서 남아 있던 매직넘버가 모두 소멸, KT가 2021년 이후 5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KT는 2019년 명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줄곧 '투수 왕국'으로 군림했다.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과 다채로운 불펜진을 앞세워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올해도 팀 컬러인 ‘견고한 마운드’의 위력이 여전했다. 올 시즌 KT는 팀 평균자책점 2위(4.23)를 기록했다.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은 2위(3.96), 불펜진은 4위(4.72)를 기록하며 이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특히 선발진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66회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7이닝 이상) 19회로 두 부문 모두 리그 1위에 올랐고, 불펜에서는 스기모토 코우키(24홀드) 손동현(13홀드) 전용주, 한승혁(이상 10홀드) 등 무려 4명의 투수가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하며 두터운 허리를 구축했다, 또 뒷문은 29세이브로 두 시즌 연속 30세이브를 눈앞에 둔 클로저 박영현이 철벽 수호신으로 든든히 지켰다. 타선의 폭발적인 화력 뒤에는 여전히 건재한 명품 마운드가 버티고 있었던 셈이다.
KT 김현수. KT 제공
다만 공격력은 KT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주축 야수들의 고령화와 줄부상 탓에 생산력이 꾸준히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반전이 일어났다. 팀 타선이 연일 불을 뿜으며 마운드의 짐을 덜어냈다. 지난해 팀 타율 9위(0.253)였던 KT는 올 시즌 팀 타율 1위(0.283)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우투수를 상대로 0.249(9위)에 그쳤던 팀 타율은 0.282(1위)으로 치솟았다. 오랜 약점이 가장 강력한 무기로 탈바꿈한 셈이다.
기폭제는 단연 스토브리그에서 영입한 ‘자유계약선수(FA) 듀오’ 최원준과 김현수였다. KT는 지난겨울 최원준에게 4년 최대 48억 원, 김현수에게 3년 총액 50억 원을 안겼다. KT가 수년간 침체기를 겪은 최원준과 30대 후반에 접어든 김현수에게 거액을 투자하자 일각에서는 오버페이라는 시선도 보냈다.
최원준은 타율 3위(0.352), 득점 1위(120개), 최다 안타 공동 1위(199개)에 오를 만큼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김현수 역시 승부처마다 터뜨린 데다, 후배들을 이끄는 카리스마도 보여줬다. 두 선수가 앞장서 밥상을 차리고 해결사로 나서면서 지난해 8위(0.260)에 머물렀던 KT의 테이블세터 타율은 올해 1위(0.302)로 올라섰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집중력도 돋보였다. KT는 올 시즌 팀 득점권 타율 1위(0.301)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결정력을 뽐냈다. 벤치의 승부수를 득점으로 연결한 대타 타율 역시 리그 1위(0.310)를 마크했다. 이정훈(0.327), 오윤석(0.389), 김민혁(0.316) 등 어떤 상황에서도 믿고 투입할 수 있는 다양한 대타 옵션을 적재적소에 최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KT 힐리어드. KT 제공
KT에서 6년간 활약한 멜 로하스 주니어와 결별하고 영입한 샘 힐리어드의 활약도 눈부셨다.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함께 홈런 1위를 다투고 있다. 구단이 수년간 공들인 야수 육성의 결실을 보고 있다. 여기에 권동진·류현인·유준규·장준원 등 젊은 선수들이 백업 이상의 역할을 해주면서 우승을 견인했다.
한 시즌 만에 팀이 바뀐 건 우연이 아니다. 구단의 합리적이면서도 과감한 투자, 이강철 감독의 유연한 리더십, 그리고 똘똘 뭉친 선수들이 함께 이뤄낸 결과다. 마법사 군단이 예년과 전혀 다른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