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웅크렸다가 가을 문턱에서야 기지개를 켜던 ‘슬로스타터’ 마법사 군단은 더 이상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에 안착한 KT가 후반기에는 무려 7할이 넘는 경이적인 승률로 레이스를 지배하며 5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완성했다.
KT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9-0으로 승리했다. 같은 날 2위 삼성 라이온즈가 패하면서 남아 있던 매직넘버가 모두 소멸, KT가 2021년 이후 5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KT를 상징하던 단어는 ‘슬로스타터’였다. 시즌 초·중반인 전반기에는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고전하다가 후반기만 되면 무서운 뒷심으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패턴이 반복됐다.
실제 KT는 2020년 전반기를 6위(승률 0.529)로 출발해 후반기 승률 1위(0.603)로 창단 첫 가을야구(정규시즌 2위) 무대를 밟았고, 2022년에도 전반기 4위(0.537)에서 후반기 1위(0.600)로 도약했다. 2023년에는 전반기 7위(0.474)까지 처졌다가 후반기 0.667(1위)이라는 마법 같은 질주로 2위까지 치고 올라갔고, 2024년에도 전반기 7위(0.458)의 늪을 딛고 후반기 2위(0.576)로 반등해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냈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21년(전반기 1위·후반기 5위)을 제외하면, KT는 언제나 ‘가을에 쫓아가는 팀’이었다.
KT 제공
하지만 2026시즌의 KT는 완전히 달랐다. 스토브리그에서 단행한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바탕으로 개막 직후부터 탄탄한 레이스를 펼쳤다. 전반기를 47승 35패 1무(승률 0.573), 3위로 마치며 선두권 경쟁의 발판을 일찌감치 마련했다. 늘 전반기에 벌어졌던 격차를 후반기에 메우느라 진땀을 뺐던 과거와 달리, 체력적·심리적 여유를 안고 후반기를 맞이한 것이다.
전반기를 버텨낸 KT의 ‘후반기 DNA’는 한층 더 파괴적인 위력으로 폭발했다. 5일 롯데전 승리까지 KT의 후반기 성적은 39승 14패 4무, 승률은 무려 0.736에 달한다. 10개 구단 체제에서 보기 드문 7할대 후반기 승률을 찍으며 리그를 집어삼켰다.
2위 삼성 라이온즈가 6연승을 내달리며 턱밑까지 맹추격해 왔지만, KT의 기세는 그보다 훨씬 맹렬했다. 삼성의 파상공세에도 흔들림 없이 맞불을 놓으며 오히려 매직넘버를 지워 나갔다. 전반기의 안정적인 승수 적립과 후반기의 압도적인 화력이 맞물리면서, KT는 단 한 번의 위기 없이 가장 높은 곳에서 5년 만의 정규시즌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