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공개되기 전, 누군가는 '신과 함께-죄와 벌'을 걱정했다. 판타지, 웹툰 원작, 제작비 350억원, CG 등 리스크가 큰 시도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1441만 관객이 본 역대 박스오피스 2위의 영화, 아시아를 사로잡은 한류 K무비. 덕분에 '신과 함께'는 한국 판타지 영화의 새 길을 열었고, 웹툰 원작 영화 중 가장 흥행했으며, 1편과 2편의 제작비 350억원은 한 번에 회수했으며, 한국 CG 발전의 현주소라 평가받았다. 모든 리스크를 기회와 성공으로 만들었다. 걱정을 늘어놓은 이들을 무안하게 만드는 성과다.
백상예술대상이 '신과 함께-죄와 벌'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해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신과 함께-죄와 벌'은 작품상부터 감독상(김용화 감독), 조연상(김동욱), 예술상(진종현 VFX 슈퍼바이저)까지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제54회 백상예술대상 '백상후보작상영제(GV)-신과 함께 죄와 벌'편이 진행됐다. 모더레이터 장성란 기자의 진행으로 김용화 감독과 김동욱이 관객과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김용화 감독은 그간 언론 인터뷰나 공식석상에서의 모습보다 훨씬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향한 비판의 시선에 대해서도, 그가 가지고 있는 리메이크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변했다. 몇 차례나 재관람하며 '신과 함께-죄와 벌'을 사랑하는 관객들 앞이기에 가능했던 일. 마이크를 든 관객 모두 '신과 함께-죄와 벌'을 향한 사랑을 참지 못해 '토로'하자 김용화 감독은 "제가 감히 무엇을 선물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나 감사하다. 여러분의 사랑이 있어서 다시 또 작품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며 마음을 표시했다.
이하 김용화 감독 그리고 김동욱과 관객들이 나눈 일문일답.
-또 어떤 소재에 관심이 있나. 김 "다음주 쯤 공개가 될 거 같은데, 차기작은 정해졌다. 시각적인 쾌감이 좋은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라는 장르는 많은 스태프가 모이고 상영돼야 하는 거다. 극장 가서 봐야 할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극장 와서 봐야 할 이유가 뭘까 생각하면, 스토리와 감정을 기저에 잘 깔아놓고 그것이 중심이 되는 상태에서 시각적으로 관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차기작도 그런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신과 함께' 3, 4부도 긍정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어떤 지옥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나. 동 "영화 홍보하며 굉장히 많이 질문받았던 이야기인데, 어떤 지옥이 자신있냐는 많이 들어봤지만 겁나는 지옥 질문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천륜 지옥이 제일 두렵지 않겠나. 살인 지옥 같은 건 걱정되지 않는데, 천륜 지옥은 판결받으면 정말 정말 후회할 것 같다. 죽고 나서도 '내가 정말 정말 잘못 살았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 천륜 지옥에서는 꼭 무죄를 받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수홍과 자홍 캐릭터의 성격을 대비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김 "사실 자홍을 차태현으로 생각하고 쓴 시나리오는 아니다. 자홍은 조금 더 세월이 묻어있었으면 했다. 어쩌다보니 유사한 두 배우를 캐스팅하게 됐다. 선악을 나누길 두려워하는데, 자홍은 표면적으로는 선으로 보이지만 천륜 지옥에서 보이듯 엄청난 죄를 짓고 살아가는 캐릭터다. 동생 수홍은 반항아적인 모습을 갖고 있지만 형보다 솔직하고 진솔하게 산다. 그 삶의 태도에서 감동이 오지 않을까 했다."
동 "일부러 대비시켜야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자홍과 다르게 보여야되겠다고 고민하지는 않았다. 그냥 수홍은 귀인이어야 했다. 귀인처럼 살아온 인물로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순간 충실하고 진실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그렇게 살아온 인물이었으면 했다."
김 "그런 사람 없다. 여러분들 잘 살고 계신다.(웃음) 이 영화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부제 '죄와 벌'의 의미는 무엇일까. 김 "죄를 짓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게 만들어놓고, 저 세상에서 죄를 심판하다니. 억울해서 그런 영화 못 만들겠더라.(웃음) 처음 웹툰을 읽어보고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한 것도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사람은 크든 작든 죄를 지을 수밖에 없다. 너무나 겁나고 끔찍했고, 그래서 억울했다. 몇년이 지나니 생각이 바뀌긴 했다. 물론 이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래도 잘 살아야 한다'는 명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아와서 이 영화를 만들었기도 하다."
-김용화 감독의 전작 '국가대표'에도 밥솥이 등장한다. 밥솥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김 "밥솥이 2번 나오는지 저는 몰랐다. 저는 제 영화는 다시 안 본다.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 어쨌든 그걸 나중에 알았다. '밥솥 PPL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웃음) 글을 쓴 감독이 모르다니 웃기지 않나. 생각해봤더니, 어머니가 간경화로 돌아가셨는데 건강이 오래 안 좋으셨다. 어머니가 의식이 있을 때는 밥솥에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주셨던 기억이 선명하다. 무의식에 그 장면이 강력하게 남아있나 보다. 또, 가난하게 살 때는 전기밥솥에 라면을 끓여먹고 그랬는데, 전기밥솥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