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담비(36)가 연기 도전 10년 만에 인생작을 만났다. 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 향미를 통해 인생작과 인생 캐릭터를 동시에 손에 쥔 것. 도전을 쉼 없이 이어왔고 결실을 맺었다. 손담비의 얼굴엔 기쁨이 만개했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배우 공효진의 추천 덕분에 '동백꽃 필 무렵'에 합류할 수 있었다. "나의 은인"이라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손담비는 오랜 연습생 시절을 거쳐 두 장의 앨범을 냈다. 그러나 실패했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발표한 것이 타이틀곡 '미쳤어'(2008)였다. 섹시한 의자춤과 함께 크게 히트했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손담비는 이듬해 드라마 '드림'으로 연기 도전에 나섰다. 결과는 씁쓸했다. 연기력 혹평과 시청률 저조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도전 의식을 불태웠고 결국 해냈다.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는데 너무 잘 됐다. 종방연에 참석해 마지막 회포를 열심히 풀었다. 포상휴가 대신 M.T를 떠났다. 마지막 회를 함께 모여 볼 수 있어 좋았다."
-3년만 드라마에 복귀했다.
"일단 영화를 먼저 했고 다음에 선택한 게 향미였다. 우연치 않은 기회로 캐스팅이 된 거였다. 효진 언니가 추천을 해줘 시작된 것이다. 감독님과 작가님은 날 향미로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효진 언니가 향미를 보면서 내 생각이 났다고 하더라. 그렇게 얘기가 잘 되어 책을 봤는데 너무 재밌게 봤고 좋은 캐릭터란 생각이 들어 욕심이 났다. 정말 이 작품만 생각하며 달려온 시간이었다."
-어떤 모습을 보고 공효진이 추천했을까.
"평상시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길 들은 적 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싶었다.(웃음) 향미란 캐릭터가 까멜리아 주인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센 캐릭터에 외적인 부분이 화려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래서 내 얼굴을 떠올린 것 같다. 언니 덕분에 인생 캐릭터를 만났는데 지금 뭐라도 사줘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언니한테 더욱 잘하려고 한다. 내가 칭찬을 받으니 나보다 언니가 더 기뻐한다. 정말 대인배다. 친하기도 하지만 선배로서 존경한다."
-인생 캐릭터란 평가를 받았다. 어떤 기분이었나.
"얼떨떨하긴 하다. 당연히 잘 될 거란 생각은 있었다. 임상춘 작가님 글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글 때문에 항상 흥분된 상태였다. 배우들만 잘하면 된다고 할 정도였다. 너무 감사드린다. 덕분이 힘을 얻었다. 다음 작품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지도 생겼다."
-임상춘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우비소녀란 표현이 딱이다. 하얀 얼굴에 키가 작고 귀여운 스타일이다. 저렇게 귀여운 얼굴에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싶었다. 임상춘이라는 활동명과 전혀 반대적인 이미지를 가진 분이다."
-향미를 연기하면서 속이 시원했겠다.
"툭툭 내뱉는데 정곡 찌르는 말을 많이 하지 않나. 지이수(제시카)한테 쏟아낼 때나 오정세(노규태) 오빠한테 양아치가 어쩌고 저쩌고 할 때 진짜 시원했다."
-초반에 연기적으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향미 자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아 초반에 잡기 힘들었다. 실제 나는 말을 빨리 하는 스타일인데 향미는 말을 천천히 하는 스타일이었다. 맹하게 보이면서도 눈치가 빨라 다른 사람들의 속내는 다 알아채야 했기에 그걸 얼마나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할지가 관건이었다.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그게 제일 큰 물음표였다."
-극을 자유롭게 거닌 기분이다.
"초반엔 살짝 불안했는데 내 안에서 많이 풀리니 자유로워지더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땐 스스로 못 놨는데 1, 2회 차 지나고 나니 향미 캐릭터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점점 빠져들게 되더라. 그때부터 향미 같다는 얘길 들은 것 같다."
-'동백꽃 필 무렵'이 향미로부터 시작됐다는 얘기도 있다.
"키를 가지고 있는 여자라는 건 알고 시작했다. 향미가 죽음으로서 모든 것들이 하나씩 펼쳐져 나가지 않나. 동백이와 향미가 같은 초등학교를 나오고 물망초라는 술집과 관련되어 있음이 시청자들에게 알려졌다. 작가님이 디테일하게 향미를 표현하는 것을 봤을 때 향미를 먼저 생각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까불이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나.
"처음엔 몰랐다. 중반부에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니라고 하더라. 한참 혼선을 겪다가 거의 나 죽을 때쯤 정확하게 알았다. 주변에서 까불이 누구냐고 묻는 문자를 엄청 많이 받았다."
-뿌리 염색 안 된 머리, 까진 손톱 등은 본인의 아이디어였다고 하더라.
"향미라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많은 사람이 공감해줘 놀랐다. 뿌듯하다. 그리고 코펜하겐에 실제로 가게 됐다. 화보 촬영으로 가게 됐는데 '동백꽃 필 무렵' 영향을 받아 코펜하겐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했다.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