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3cm의 키다리 아저씨. 한국인이 아닌 파란 눈의 이방인이다. 그런데 실력과 인성이 모두 뛰어나다. 그가 한국 무대에서 롱런하는 비결이다.
오죽하면 '니느님'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두산 니퍼트(35)는 "더 이상 나를 '외국인 선수'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니퍼트는 지난달 120만 달러(약 14억5000만원)에 2016시즌 계약을 체결, 한국에서만 6년째 뛰게 됐다. 이제 자신의 말처럼 '반한국인'이다. 니퍼트는 지난 5년간 에이스로 활약, 통산 58승 32패 평균자책점 3.47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선 잔부상으로 6승에 그쳤으나, 포스트시즌에서 3승(5경기) 평균자책점 0.56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두산을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단순히 실력을 떠나 인성까지 돋보인다. 팀 야수진이 모두 들어올 때까지 더그아웃 앞에서 기다려 격려한다. 시즌 도중에도 자비로 불우이웃을 잠실구장으로 초청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섰다.
지난 2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니퍼트를 만나 인터뷰했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노코멘트'를 원했다. 인터뷰 후 니퍼트는 설날을 앞두고 전통놀이인 '제기차기'에 도전했다.
▶니느님
-지난 가을 활약이 정말 대단했다. 딱 '니느님' 모습이었다.
"포스트시즌(PS) 활약에 대한 평가를 들을 때마다 다소 쑥스럽다. 시즌 때 부상으로 오랜 기간 전력 이탈한 터라 동료들보다 체력에 여유가 있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PS에 좀 더 집중해서 던졌던 것 같다."
-팬들이 지어준 '니느님(니퍼트와 하느님을 합성)'이란 애칭을 알고 있나.
"팬들이 그렇게 불러주는 게 너무 영광스럽다. 어떤 의미인지도 잘 안다. 사실 나는 하느님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쑥스럽다. 내가 다른 선수보다 낫다고 전혀 생각하진 않는다.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할 뿐인데 팬분이 좋게 봐주시니 정말 영광스럽다."
[ 2015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한 니퍼트 ]
-계속 해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11년 첫 시즌부터 지금까지 매 시즌 최선을 다하면서 던지다 보니 어느덧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제 팀 동료들은 내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동료들도 나를 외국인 투수가 아닌 팀원으로 대한다. 우리 모두 형제이고, 가족이다."
▶베어스맨
-외국인 투수 6년차는 KBO 최고 기록이다.
"두산에서 나를 기용해주고 내가 좋은 성적 내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나 혼자 잘한 게 절대 아니다. 동료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팀 동료들이 나를 지원해주고 함께 해줬기 때문에 두산과 6년이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최장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욕심은 없나?(투수와 타자를 모든 합하면 한화 출신의 데이비스가 가장 오랜 7시즌을 뛰었다.)"
"개인 기록에 대해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매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다. 팀이 가능한 많이 이겨 좋은 시즌을 보내고, 오래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리더 역할도 자처한다고 들었다.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니퍼트는 곁에 있던 장원준에게 '나 외국인 선수야?'라고 또박또박하게 우리말로 물었다.)
"나는 스스로 외국인 선수라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첫 시즌 때는 용병 대접을 받았다. 오래 머물면서 동료들과 신뢰를 쌓아갔다."
-한국행을 택한 외국인 선수의 가이드도 자청한다고 들었다.
"당연히 내가 해야할 역할이다. 외국인 선수가 처음 한국에 오면 가장 많이 힘들어 하는 부분이 낯선 환경의 적응이다. 조금 힘들 수 있는 부분을 편하게 느끼도록 돕는 건 당연하다. 새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는 특별한 비결 혹은 이유가 있냐'고 묻는데 그럴 때마다 '한국에 왔다고 특별히 뭘 해야겠다는 조급함을 갖지 말고 하던대로 믿고 던져라'고 조언해준다. 자신을 믿고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어느 투수든 본인이 '나는 대단한 선수'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승리를 만들 수 없다. 훌륭한 동료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라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졌어도 유명한 선수가 못 될 것이다."
-이닝 교체 때 야수들이 모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하이파이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든 선수들은 매 경기 승리를 생각하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내가 먼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오르고 가장 마지막에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이를 통해 서로 최선을 다하고 승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걸 공유하고 느낄 수 있다."
-어느덧 삼십대 중반이다. 선수 생활 마무리에 대한 계획은 있는지.
"야구 선수로서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 내가 언젠가 팀에 짐이 된다 생각들면 은퇴할 생각이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고참 선수로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 은퇴하기 전까지 몇 년을 더 뛸지 모르겠지만 다른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생각은 전혀하지 않고 있다. 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끝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