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원(38)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여리여리한 비주얼에 간드러진 목소리는 같은 말을 해도 애교가 뚝뚝 묻어나고, 보면 볼 수록 기분 좋아지는 눈웃음은 엄지원의 트레이드 마크다. 여기에 은근한 예민미(美)를 동반한 똑부러진 성격은 배우 엄지원, 여자 엄지원을 완성한다. 타고난 매력이 남심은 물론 여심까지 설레게 만든다.
엄지원의 분위기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을 때 더욱 빛난다. 멜로·스릴러·액션·코미디에 미스터리까지. 여배우가 선택할 만한 작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충무로에서 틈새를 파고들며 다양한 장르를 선택하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캐릭터에 따라 변하는 얼굴과 연기도 배우 엄지원의 가치를 높이기 충분하다.
개봉을 앞둔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 그리고 지선 캐릭터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해영 감목)'에 이어 엄지원이 두 번째 선택한 미스터리 여성 영화이자 '소원(이준익 감독)'에 이어 또 한 번 선택한 엄마 역할이다. 물론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은 전혀 다르기에 비교해 보는 맛도 쏠쏠하다.
절친한 사이로 잘 알려진 공효진과 한 작품에서 만났고,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며, 누구보다 의지했다 영화 속 지선으로서, 또 배우로서 극심한 외로움을 느꼈다는 엄지원은 "의외로 무딘 구석이 있는지 다음 작품을 촬영하면서 '아, 나 그 때 엄청 힘들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며 미소지었다.
최고의 경쟁작은 '박근혜 대통령'과 'JTBC'라고 콕 집어 언급하면서도 "어머, 이거 그대로 나가면 안되는거 아니에요?"라며 호탕하고 털털하게 쏟아낸 입담은 여리게만 봤던 엄지원의 내공을 새삼 엿보이게 한 순간이었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 '소원'에 이어 또 한 번 엄마 역할을 맡았다.
"'소원'은 엄마 역할에 처음 도전한 작품이었다. 지금보다 더 어렸고, 내 나이에 하기에는 깊이감이 있는 작품이라 '정말 좋은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그게 가장 마음의 결정을 발목잡는 이슈였다."
- 같은 엄마 역할이라도 캐릭터가 많이 다르긴 하다.
"두 작품 모두 모성이라는 큰 감정을 갖고 있지만 상황도,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도 많이 달랐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많은 인물들을 연기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도 '소원'과 '미씽'은 특별한 가치가 있었다. '소원'은 아동 성폭력, '미씽'은 워킹맘의 비애 같은 현실 사회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끌리기도 했다."
-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가.
"지선은 엘리트지만 결국 홍보사에서 일하는 계약직 노동자다.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다. 상업적인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실제 삶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식으로라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 앞으로도 비슷한 이유로 선택하는 작품들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많이 하고 싶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배우로서 내가 가진 업으로 관객들에게 화두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은 연기와 함께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일이지 않나. 영광이라 생각한다. 시대상을 담은 작품, 사회적 이슈를 담은 작품에 가능한 많이 참여하고 싶다."
- 엄마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소원' 때는 결혼도 안 했을땐데 뭐.(웃음) '연기로 표현할 수 있냐, 없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지 '미혼인데 해도 될까? 애도 없는데 해도 될까?'는 두 번째, 세 번째에 있을까 말까한 문제였다. 우선 순위는 아니었다."
- 배우는 결국 작품에 대한 만족도·애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맞다. '미씽'이 단순한 소재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할 이유도 없고. 말마따나 아기도 없는데 왜 엄마 역할을 자처하겠나. 여배우는 싱글 역할을 해야 예쁜데. 하지만 '미씽'은 모성으로 시작해 여성으로 끝난다고 생각했고 화두를 던지는 다른 지점이 분명히 있다. 거기에 끌렸다."
- 곧 지선과 같은 워킹맘이 될텐데 어떤가.
"난 지선의 경우와는 조금 다른 케이스다. 지선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밖에 나가 일을 해야 하지만 난 그렇지는 않다. 아기도 중요하고 커리어도 놓칠 수 없는 상황에서 늘 정답은 '두 개를 조화롭게'가 될텐데 결정권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있다. 아주 고민되는 파트인 것 같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모성 DNA를 갖고 있지만 일할 때 훨씬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 않나. 아기가 있어봐야 선택을 하려나? 정말 고민을 많이 할 것 같다."